“고슬링 나오는 로맨스 영화 틀어줘”… AI-로봇기술 경연장 된 가전 전시회

베를린=홍석호 기자

입력 2024-09-09 03:00 수정 2024-09-09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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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은 유럽최대 IFA 개막
獨총리, 삼성-LG 부스서 ‘AI 체험’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비스포크 AI 콤보’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살펴보고 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물을 옮기지 않고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가능한 일체형 제품이다. 삼성전자 제공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는 가전 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보기술(IT), AI, 로봇 기술의 경연장으로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이번 IFA에서 가장 앞선 AI, 로봇 기술을 선보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두 회사는 제품 라인업을 늘어놓았던 기존과 달리 AI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생태계를 전시했다.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직접 삼성과 LG 부스를 잇달아 방문해 AI 로봇을 체험할 정도였다. 현직 독일 총리가 IFA 전시장을 찾은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올해 IFA는 100주년을 맞이했다.

관람객들의 이목도 AI 로봇에 집중됐다.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반려로봇 ‘볼리’는 “○○○에게 전화 걸어줘” 같은 일상언어로 명령을 내려 실제 전화 연결을 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LG전자의 이동형 AI홈 허브(모델명 Q9)는 책을 얼굴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에 갖다 대자 제목을 인식한 뒤 학습한 책 내용을 요약해 낭독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시연자가 중국어로 중국 가전업체 창훙의 인공지능(AI) TV에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 로맨스 영화 틀어줘”라고 하자 “네, 영화 ‘노트북’ 재생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여자친구가 문자메시지에 물음표만 보냈는데 무슨 의미야?”라고 하면 “여자친구가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우선 사과를 하고 입장을 명확하게 해명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창훙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어로만 사용 가능하지만 곧 영어 등으로 지원 언어를 확대하고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中기업 존재감 커졌지만… 한국 모방한 제품들 곳곳서 발견


AI-로봇기술 경연장
TCL, 전시관 전면에 초대형TV 배치… 5㎝ 문턱 넘는 로봇청소기 신제품도
“韓제품과 디자인-기능 차별 없어져… 韓, 고객과 경험공유 등 관계 강화를”

139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선보이거나 한발 더 나아간 기술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4 IFA’의 공식 후원사인 TCL은 115인치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주무기인 초대형 TV를 전시관 전면에 배치했다. TCL은 자사 연구소 분석 결과 글로벌 초대형 TV 시장 점유율에서 32.4%로 1위를 차지했다는 문구를 전시해 놓는 등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스마트폰 아너는 접었을 때 두께가 9.2mm밖에 되지 않는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3’를 전시했다. ‘더 얇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슬로건이 적힌 아너 전시관에는 매직 V3를 체험해 보려는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전 가진 제품 공개 행사에서 “매직 V3가 삼성전자 제품보다 얇고, 바 형태인 애플 아이폰 프로 맥스와 무게 차이가 없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 중인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은 4∼5cm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등의 신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다만 여전히 한국 제품을 모방한 듯한 제품이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하이센스 전시관 입구에는 과거 LG전자가 출시했다 단종한 롤러블 TV와 비슷한 제품이 자리 잡았다. 창훙의 이동형 TV는 LG전자의 무선 TV 스탠바이미와, TCL의 NXT프레임은 삼성전자의 아트 TV 더 프레임과 비슷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 기능 등 하드웨어적인 차별점을 점점 갖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주 자명하다”며 “외부에서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사용 경험, 고객에게 말 거는 방식의 변화 등을 바탕으로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해 다양한 가전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빅스비를 탑재한 냉장고는 내부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을 인식한다. 목소리만으로 가족 구성원을 구별해 개인화된 설정을 자동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큰 글씨 모드’를 사용하는 60대 부모님의 목소리를 인식해 디스플레이 글자 크기를 키웠다가 30대 자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다시 크기를 원상 복구하는 방식이다.



베를린=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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