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15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저무는 ‘슈퍼 엔저’
조응형 기자 , 도쿄=이상훈 특파원
입력 2024-08-01 03:00 수정 2024-08-01 03:00
日 ‘금리 있는 세상’ 본격 진입
원-엔 환율 장중 907원까지 올라… 엔-달러, 한때 151.5엔까지 하락
한국기업 수출 경쟁력엔 호재로… 엔화가치 지속 상승엔 전망 갈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일본이 2010년부터 이어온 ‘제로(0) 금리’ 정책에서 확실히 벗어나면서 ‘슈퍼 엔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일본과 가격 경쟁을 펼치던 한국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 日 금리 인상… ‘슈퍼 엔저’ 끝나나

3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 환율은 100엔당 900.88원으로 전일 같은 시간(894.23원)보다 6원 이상 올랐다. 원-엔 환율은 이날 장중 907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850∼860원대에 머물던 원-엔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5일엔 906.41원을 가리켰다.
엔화 가치의 급등은 일본의 금리 인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1%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로 올렸다. 올 3월 마이너스(―)에서 벗어난 일본 단기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일본은행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2% 이상으로 유지되고, 임금 상승률과 설비 투자 등 경기 회복세도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달러당 160엔에 이를 정도로 떨어진 엔화 가치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엔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를 자극해 서민 생활에 부담을 준다. 일본은행은 또 양적 완화를 위해 실시했던 국채 매입의 한도를 현재 월 6조 엔에서 내년 1분기(1∼3월)부터는 절반 수준인 3조 엔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날 금리 인상의 여파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1.50엔까지 떨어졌다. 이달 10일 장중 161.69엔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20여 일 만에 10엔 넘게 하락한 셈이다.
● “한국 기업 가격 경쟁력 상승 가능성”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통상 엔저는 한국 기업에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수출액 증가율은 0.6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일본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자동차나 석유제품 등 분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관광수지 적자도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일본 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은행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인상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일본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반대한 노구치 아사히 위원은 “임금 상승 등 경제 상황 개선을 지표로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을 지속적인 인상의 첫 단계로 보기보다는 제로 금리에서 확실히 탈피해 통화정책이 정상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보다는 현재 수준의 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원-엔 환율 장중 907원까지 올라… 엔-달러, 한때 151.5엔까지 하락
한국기업 수출 경쟁력엔 호재로… 엔화가치 지속 상승엔 전망 갈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일본이 2010년부터 이어온 ‘제로(0) 금리’ 정책에서 확실히 벗어나면서 ‘슈퍼 엔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일본과 가격 경쟁을 펼치던 한국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 日 금리 인상… ‘슈퍼 엔저’ 끝나나

엔화 가치의 급등은 일본의 금리 인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1%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로 올렸다. 올 3월 마이너스(―)에서 벗어난 일본 단기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금리 인상의 여파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1.50엔까지 떨어졌다. 이달 10일 장중 161.69엔까지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20여 일 만에 10엔 넘게 하락한 셈이다.
● “한국 기업 가격 경쟁력 상승 가능성”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통상 엔저는 한국 기업에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수출액 증가율은 0.6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일본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자동차나 석유제품 등 분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관광수지 적자도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일본 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은행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인상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일본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반대한 노구치 아사히 위원은 “임금 상승 등 경제 상황 개선을 지표로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을 지속적인 인상의 첫 단계로 보기보다는 제로 금리에서 확실히 탈피해 통화정책이 정상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보다는 현재 수준의 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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