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모자라”… 뜨는 33조 시장, 인공혈액 개발 전쟁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7-10 03:00 수정 2024-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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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헌혈 줄어 119개국 피 부족
각국 “혈액주권 지키자” 투자… 美, 컨소시엄에 634억원 지원
日은 개발 마치고 임상시험… 韓도 작년부터 개발 뛰어들어


일본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혈액. 나라현립의대 제공


전 세계에서 혈액 부족으로 인한 출혈성 쇼크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200만 명에 달한다. 세계 196개국 가운데 119개국이 혈액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며 헌혈 인구는 줄고 수혈이 필요한 인구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혈액 부족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세계 각국은 “혈액 주권을 지키자”며 인공 혈액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9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공 혈액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대가 주도하는 인공 혈액 개발 컨소시엄에 4600만 달러(약 63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미국 바이오 기업인 칼로사이트가 개발 중인 인공 혈액 ‘에리스로머’의 상용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인공 혈액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달 6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카이 히로미 나라현립의대 교수팀이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보라색을 띠는 이 혈액은 건강한 지원자 12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칼로사이트와 일본 연구팀의 인공 혈액은 모두 혈액의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을 이용한다. 헤모글로빈은 혈액의 핵심 기능인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두 기관 모두 사람의 혈액에서 분리한 적혈구를 물리적으로 깨뜨려 헤모글로빈만 추출해 냈다. 이후 사람의 세포막과 유사한 지질막으로 헤모글로빈을 감쌌다. 헤모글로빈을 그냥 혈액에 흘려보내면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과 폐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자가 작은 헤모글로빈이 막 사이로 빠져나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전쟁과 같이 위급 상황에서만 일시적으로 혈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인공 혈액 개발의 또 다른 축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액과 흡사한 수혈용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2007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사람의 피부 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뿌려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마나카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적혈구, 혈소판 등으로 분화시켜 사람 혈액과 유사한 인공 혈액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수혈용 인공 혈액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범부처는 지난해 세포기반인공혈액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5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현재 1단계 기초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기업에 기술 이전 등을 통해 2037년 인공 혈액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적으로 인공 혈액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아직 없지만 향후 시장 성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 브리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인공 혈액 시장은 2029년 240억8000만 달러(약 3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옥 세포기반인공혈액기술개발사업단장은 “최근 5년간 유전자 편집 기술, 세포 배양 기술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수혈용 인공 혈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자국 보호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인공 혈액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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