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만들어줘” 몇 초만에 뚝딱…MS, 워드·엑셀에도 AI 탑재

전남혁 기자

입력 2023-03-17 14:21 수정 2023-03-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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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타샤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줘. 그 애는 축구를 하고, 드라마에 참여했으며, ‘전자장비(Electronic)’ 동아리의 멤버야. 우리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용감하고 도전적으로 살라는 거야”

딸의 졸업을 축하하는 어머니가 마치 PPT 전문가에게 전하는 듯한 지시문, 하지만 지시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지시문과 함께 ‘재미있고 신나는 분위기 연출’ 등 간단한 추가 정보를 입력하자, 단 몇초만에 졸업을 축하하는 PPT 10장이 생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6일(현지시간) 생성형 AI를 업무 솔루션 MS 365를 비롯한 자사의 업무 생산성 도구에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엑셀, PPT, 워드 등 전세계 다수 이용자가 사용하는 MS의 소프트웨어에 고도화된 생성 AI가 도입된다.

MS가 이날 공개한 서비스는 한국어로 ‘부조종사’라는 뜻의 ‘MS 365 코파일럿(Copilot)’. 14일 공개된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 4’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MS는 “기존 MS 365에 도입된 챗GPT보다 코파일럿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검색부터 시작해 일상의 전 영역에 침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생성형 AI가 업무용 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올라탄 것이다. MS는 “우리 시간의 80%는 중요한 작업이 아닌 우리를 방해하는 데 사용된다. 코파일럿이 그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PPT 작성에 활용되는 모습. 몇줄의 프롬프트를 통해 10장가량의 PPT 슬라이드가 작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발표 화면 캡처

이날 ‘업무용 미래’라는 이름의 MS 온라인 행사에서는 PPT 작성뿐 아니라 글 작성, 편집, 요약, 이메일 답장 초안 작성, 전문적인 데이터 시각화, 새로운 수식 제안 등 다수의 오피스 프로그램과 코파일럿의 연동 사례가 소개됐다. MS는 오피스 외에도 캘린더, 이메일, 채팅, 연락처 등 사용자의 데이터와 코파일럿이 협업해 생산성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예를들면 “제품전략을 어떻게 업데이트했는지 팀에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오전회의, 이메일, 채팅 기록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시에 응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챗GPT’출시 이후 약 4개월이 지났지만, 빅테크들이 단순 챗봇서비스 출시뿐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과 생성형 AI를 결합시키며 ‘AI 주도권’ 경쟁이 지난해보다 더욱 다각화·고도화되고 있다. 이날 MS 발표에 앞서 구글도 자사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과 문서작성 도구인 구글 독스에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AI 기능을 발표한 바 있다. 각각 검색엔진과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양사가 각 서비스에 생성형 AI 접목 계획을 밝히며 기존 서비스의 점유율 경쟁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퍼클로바’ 등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 네이버도 코딩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AI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 서비스를 스타트업에 제공해 마케팅문구 생성, 키워드 리뷰 등 업무에 접목시키고 있다.

생성 AI가 각종 가짜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란을 반영하듯 이날 MS는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업물의 최종 결정권자는 AI가 아닌 ‘인간’임을 명시한 것이다. MS는 “인간을 우선시하고, 사용자가 (AI를) 통제하는 경험을 디자인했다”며 “사용자가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 따라 콘텐츠를 검토, 사실 확인 및 미세 조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도 코파일럿의 역할은 ‘초안작성’임을 강조하고 시연에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므로 다시 작성하겠다”는 언급과 함께 필요한 부분을 사람이 재작성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시종일관 코파일럿의 역할은 ‘조종사가 아닌 부조종사’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제라드 스파타로 MS 마케팅 책임자는 “코파일럿이 맞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틀릴 때도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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