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공개’ 일상인 MZ들…“내가 적네” 박탈감에 뒤숭숭

뉴스1

입력 2023-02-07 15:04 수정 2023-02-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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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성과급 시즌’을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성과급 논란이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년 전엔 성과급을 책정하는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공정성’이 논란이었다면 올해는 ‘보너스 격차’에 대한 박탈감이 논쟁의 중심이 됐다.

동종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은 물론 같은 기업 내 사업부문별로도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급률이 차이가 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을 지급받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재계 안팎에선 성과급이 노사 갈등뿐 아니라 노노(勞勞) 갈등의 원인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연초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을 두고 기업 내외부 갈등이 심화되며 성과급 논란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 정유업게 역대급 성과급에 ‘허탈’…같은 회사 내 큰 편차엔 더 불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가스·배터리 분야 기업 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받으며 ‘성과급 잔치’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지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모든 임직원에게 지급했고, GS칼텍스는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역대급 성과급에 ‘횡재세’ 논란까지 벌어졌다. 경기침체 시기인데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 급등 사태가 빚어졌으니 사업상 큰 이익을 본 업체들이 서민 에너지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가스업계가 유독 올해 성과급이 두둑한 까닭에 좋은 성과를 내고도 정유업계 수준의 성과급을 받지 못한 업종에선 적지 않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급 논쟁에서 더욱 논란이 된 건 같은 기업 내에서 성과급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경우 MX사업부는 연봉의 37%, 네트워크사업부는 27%,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24%, 생활가전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는 7%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사업부문별로 성과급 규모가 최대 7~8배까지 차이가 났다.

LG전자도 연간 첫 흑자를 기록한 VS(전장)사업본부와 2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수성한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각각 기본급의 최대 550%, 300%를 받는 반면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최대 130%에 그쳤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CJ올리브영에서도 본사 소속 MD 직군이 연봉의 80~160%에 달하는 특별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나머지 직군은 연봉의 20~40% 수준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직원들 간에도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 2년전엔 ‘더 달라’ 아닌 ‘공정성’ 지목…노노 갈등 일어날까 우려

성과급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비단 올해에만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올해는 성과급 격차에 일종의 ‘박탈감’이 중심에 있다면 2021년엔 성과급에 대한 공정성이 문제로 지목됐다.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에서 젊은 직원들이 ‘성과급의 산정 기준 투명 공개’를 주장하며 경영진에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당시 성과급에 대해 회사 측에서 ‘연봉의 20%’로 공지하자, 직원들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었는데 지난해와 성과급 액수가 같은 건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특히 당시엔 성과급 액수 자체가 아니라 지급 기준에 대한 투명성과 형평성을 갖추라고 요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대기업 직원의 성과급이 문제가 됐다는 점, 젊은 직원들이 나서 ‘많이 달라’보다 ‘투명한 산정 기준 공개’를 주장한 점이 일반적인 임금 갈등과 다른 양상이었다.

재계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성과급 논쟁이 공정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솔직하게 성과급을 공개하는 젊은 직원들이 늘면서 각 기업 간 성과급 비교가 쉬워졌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잘 몰랐다면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훤히 알게 된 이상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렵게 된 것이다.

기업 측에선 성과급은 기본급과 달리 노사의 협의 사항이 아닌 만큼, 경영권에 의해 기업이 적절한 액수를 정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직원에게 휩쓸려 과도한 성과급을 지출하면 필요한 투자 재원이 부족해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일부 기업에서는 성과급 문제가 매해 반복되다 보면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더라도 그 기준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또 이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부갈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데다 성과급 지급 규모와 시기를 둘러싸고 눈치싸움까지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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