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번지’ 파리서 날아오른 ‘K패션’

오승준 기자

입력 2023-01-26 03:00 수정 2023-01-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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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디자인-유럽 감성 돋보여”
시스템-송지오 등 패션쇼서 갈채
백화점 바이어 몰려 쇼룸 연장도
“경쟁력 충분… 해외시장 본격 개척”


22일(현지 시간)까지 열린 파리 패션위크에 한국의 패션 브랜드 (왼쪽부터)시스템, 송지오, 준지 등이 참가했다. 각국에서 온 패션 바이어들과 해외 매체들은 모던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국내 브랜드 컬렉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각 사 제공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한섬 쇼룸은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날까지 시스템과 시스템옴므의 신제품을 보러 온 바이어들로 종일 북적였다. 한섬은 이번에 시스템 브랜드 특유의 모던하고 절제된 디자인의 의류를 선보여 한국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섬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 역대 가장 많은 직원을 파견했지만 각국 바이어들이 몰려들면서 매일 10시간 이상씩을 상담에 써야 했다. 한섬 관계자는 “파리 패션위크에 2019년부터 참석했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며 “20여 개국 70여 바이어와 상담을 마쳤는데도 주문 요청이 계속돼 결국 25일까지였던 쇼룸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세계 4대 패션위크(파리·뉴욕·밀라노·런던)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로벌 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던 K패션이 최근 3년간 급부상한 K콘텐츠 인기를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 패션 1번지에서 쏟아진 갈채
패션위크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행사 기간 중 신제품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프리미엄 패션 마켓’으로 유명하다. 올해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한 한국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 시스템, 송지오, 준지, 우영미 등에 대해 유럽 바이어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현지 백화점의 한 패션 바이어는 시스템 컬렉션을 본 뒤 “한국적인 디자인에 유럽 감성이 보인다. 지난 컬렉션보다 좋아서 즉시 주문하고 싶다”고 나섰다.

한섬은 지금껏 해외 판매 전용 컬렉션 ‘시스템 스튜디오’를 통해 해외수출 전용 제품과 내수용 제품을 구분해 왔지만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국내용 디자인을 바로 선보였다. 패션 1번지인 유럽에서도 K패션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섬의 유럽과 북미 시장의 판매 실적은 계속 상승세다. 한섬에 따르면 시스템 등 한섬 브랜드의 유럽과 북미 매출은 지난해 2200만 달러(약 271억 원)로 전년 대비 10% 올랐다. 특히 프랑스 라 사마리텐·갤러리라파예트, 독일 카데베와 덴마크 일룸 백화점 등 유럽의 유명 백화점에서 재발주율은 90% 이상이다. 충성 고객층이 두꺼워졌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인 송지오가 공개한 가을겨울 컬렉션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20일 송지오가 공개한 컬렉션에는 프랭탕, 갤러리라파예트, 라 사마리텐 등 프랑스 3대 백화점 바이어를 비롯해 데이즈드, 뉴메로, GQ, WWD, 더스트 등 유명 패션 매거진 관계자가 참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도 같은 날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에서 2023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다.

○ K패션 수출액 증가…“자체 경쟁력 충분”
K패션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4대 패션쇼가 열리는 영국·이탈리아·프랑스·미국으로의 의류 수출액은 2020년 2억2985만 달러에서 2021년 3억7만 달러, 2022년 3억4562만 달러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기존 K패션이 저평가됐을 뿐, 모던한 디자인과 독창적 감성에 있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 인기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의 우수성 역시 해외에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한섬은 시스템·시스템옴므로 해외에서의 입지를 다진 후 다양한 라인업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송지오 관계자는 “파리 현지에서의 관심과 존재감을 실감했다”며 “이번 패션위크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 비즈니스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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