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늦어져 고객 불편 계속… 노사 협상 평행선

윤명진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3-01-20 03:00 수정 2023-01-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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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해제때 복원 방침에도
노조 “근무 포괄적 논의를” 부정적
고객 “은행 붐벼 1시간 넘게 대기”
소비자단체協 “고객 권리 침해”



다음 달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직장인 김모 씨(31)는 환전을 하러 점심시간에 은행을 3번이나 방문했지만 업무를 보지 못했다. 항상 빽빽하게 차 있는 대기 손님들 때문에 기본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방문하려 해도 은행 영업 종료 시간인 오후 3시 30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김 씨는 “5분 걸리는 환전 업무를 못 봐서 3번 넘게 은행에 와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들다 보니 손님들의 밀집도도 커졌고 은행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대도 줄어서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축소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고객들의 불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을 영업시간 복원 시기로 잡고 있지만 정작 노사 간 협상에는 진척이 없어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 고객 불만에도 노사 협상 평행선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는 즉시 영업시간을 현재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복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사는 협상을 통해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한 바 있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방역 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규제마저 풀리면 업무시간 단축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이에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시간 복원 시점을 못 박기는 이르며 이참에 사측과 은행의 적정 업무시간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이어가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엔 은행노조가 이전부터 주장해 왔던 ‘주 4.5일제 근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계적인 영업시간 복구보다 업무시간을 영업점별로 다양화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길어지자 은행 이용에 불편을 겪는 고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이 군부대 등 일부 점포에서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아예 은행 문을 닫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은행 측은 이를 다른 점포로 확대하진 않겠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영업시간도 줄어든 마당에 점심시간에 은행을 방문하는 것마저 못 하게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일선 은행 직원들 중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반응도 있지만 업무량 자체는 그대로라는 의견도 많다.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김모 씨(34)는 “어차피 퇴근시간이나 업무량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괜히 욕만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업점 방문 수요는 여전히 높아

비대면·온라인 금융거래가 일반화됐지만 영업점 방문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전국 금융소비자 5000명에게 금융거래 애로사항(복수 응답 포함)을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1%가 ‘영업점·콜센터 등 서비스 이용 시간’을 꼽았다. ‘지점이나 직원 수 감소’(21.7%)를 꼽은 소비자도 많았다. 또 응답자 10명 중 4명가량(37.9%)은 최근 6개월 내 은행 영업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1일 성명에서 “소비자에게는 대면 또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은행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영업시간 단축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영업시간 복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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