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조기매각설에 선그은 산은… 일각선 “매각시점 놓쳤다”

이건혁 기자 , 김도형 기자

입력 2022-10-04 03:00:00 수정 2022-10-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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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새주인찾기’에 관심 집중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산은이 보유한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합병(M&A)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최근 해상 운임의 급락으로 HMM의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안팎에서도 HMM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HMM은 2016년 채무재조정을 통해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산은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와 신용보증기금(5.02%)까지 더하면 정책기관이 45.6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더하면 공공 보유 지분은 약 74%에 이른다.

3일 금융위원회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혁신 계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HMM을 지분 매각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출자 목적이었던 유동성 지원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매각할 때 정부(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우조선과 금호타이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등 17개사 지분은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HMM 조기 매각설에 일단 선을 그은 모양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도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HMM을 대우조선해양처럼 지금 바로 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는 HMM의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시기는 신중하게 정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8월 해수부 업무보고에 “HMM의 공공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민영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은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HMM 매각은 여러 단계로 진행되지만, 속도는 시장 전망보다 더 느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기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건 HMM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HMM은 2020년(9807억 원)에 이어 2021년 7조3775억 원의 흑자를 내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영업손실 누적액 3조8401억 원을 모두 털어냈다. 올해도 상반기(1∼6월)까지 6조8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운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HMM 실적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1922.95를 기록하며 16주 연속 떨어졌다. 약 2년 만에 2000 선 밑으로 내려오면서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1월 7일보다 약 62% 하락했다. 소비 심리 악화, 최근 기업들의 재고 상승과 이로 인한 생산 감소 가능성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의 추락은 곧 HMM의 실적 하락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가는 1만85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말(2만6900원) 대비 31.2%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도 HMM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 HMM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HMM의 실적 악화가 예고되면서 기업 가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때 15조 원을 넘나들었던 HMM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9조 원까지 떨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HMM의 몸값도 당분간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HMM이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해운 전략자산을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세계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HMM을 매수할 만한 후보도 없다. 해운업계에서는 10조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 대기업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만큼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HMM의 민영화는 대우조선보다 더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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