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금 수억원 쥐고… 빅테크서 ‘인생 2막’ 40대 금융인들

신지환 기자

입력 2022-08-16 03:00 수정 2022-08-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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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 등 이퇴직률 3년새 최고… 디지털 전환 따라 희망퇴직 늘고
빅테크行 자발적 이직도 가세… 50세 미만 이퇴직자 비율 증가도
금융사 절반이 여성… 임원은 4~7%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20년 넘게 일한 A 씨(49)는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수억 원의 목돈을 쥐고 은행을 떠났다. 이미 4년 전부터 대학원에 다니며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던 A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희망퇴직 대상 연령에 포함되자 망설임 없이 퇴직을 결정했다. 지금은 컨설팅 전문 기업에 재취업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금융사를 떠나는 근로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 최근 희망퇴직 연령이 40대 초반까지 낮아지면서 수억 원의 목돈을 쥐고 퇴직해 일찌감치 ‘인생 2막’을 설계하는 인원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지난달 말 발간한 ‘2021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B(6.5%), 신한(4.9%), 우리(9.7%) 등 금융지주 임직원들의 이직·퇴직률(전체 임직원 대비 이직·퇴직자 수)이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KB금융의 이·퇴직률은 2020년(4.5%)보다 2%포인트 늘었고 신한금융도 2020년(2.6%)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

우리금융에선 지난해 1766명이 회사를 떠나며 이·퇴직률이 2020년 7.3%에서 지난해 9.7%까지 올랐다. 비중뿐만 아니라 이·퇴직한 인원 자체도 2019년(1320명), 2020년(1367명)보다 400명가량 늘어났다. 특히 전체 이·퇴직 인원 가운데 50세 미만의 비중은 41.8%로 2년 전(34.8%)보다 6%포인트 증가했다. 회사를 나가는 사람 중 젊은층의 비율이 이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이·퇴직률 증가는 디지털 전환 등을 이유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금융사들이 희망퇴직 규모를 늘린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서만 1970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국민(674명), 신한(250명), 하나(478명), 우리(415명) 등 4대 은행에서 이미 1817명이 희망퇴직했다.

전통 금융사를 떠나 빅테크나 핀테크로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의 경력 직원 채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년퇴직, 해고 등을 제외한 ‘자발적 이·퇴직률’은 KB(2020년 1.8%→지난해 2.3%), 신한(0.9%→2.5%), 우리(4.0%→5.9%) 등 주요 금융지주에서 모두 전년보다 크게 올랐다.

한편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임직원 대비 여성 임직원 비율은 44∼56%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56.0%)의 여성 임직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우리(50.9%), KB(48.6%), 신한(44.7%) 순이었다. 하지만 임원급(경영진)으로 한정했을 때 여성의 비중은 4∼7%대로 낮아졌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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