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치솟는 물가… ‘빅스텝’ 앞에 선 한은

세종=최혜령 기자 ,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6-27 03:00 수정 2022-06-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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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6~8월 물가 6%대 예상… 전기요금 인상 더는 못 미뤄”
한은, 내달 13일 첫 빅스텝 가능성… 美는 ‘자이언트스텝’ 예고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6월 또는 7, 8월엔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 이라며 처음으로 6%대 물가 전망을 언급했다. 뉴스1
정부가 이르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처음 내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시기도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다음 달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사상 처음 밟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6월 또는 7, 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 텐데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반적으로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 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빅 스텝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또 한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것도 한은의 빅 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은이 빅 스텝을 밟아 기준금리가 2.25%로 오르더라도 연준이 추가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미국 정책금리 상단은 2.50%로 높아져 한미 간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국내 유가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131.16원으로 집계됐다.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7월 전기요금을 올릴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 인상을 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4인가구 月식비 100만원 훌쩍… 전기료도 오늘 인상안 발표






농산물-가공식품 값 오른데다 외식 수요까지 늘어 1년새 9.7% ↑
정부, 뛰는 물가 잡을 대책없어 고민… 전문가, 전기요금 인상 방침 관련
“다른 물가에 파급효과… 신중해야”



먹거리 물가가 치솟으면서 올 1분기(1∼3월) 4인 가족의 월평균 식비가 100만 원을 넘어섰다. 농산물 가격이 높아진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물가를 잡을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26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4인 가구가 지출한 식비는 월평균 106만6902원으로 100만 원을 넘어섰다. 1년 전(97만2286원)과 비교하면 9.7%(9만4616원) 증가했다. 식비는 식료품 구입비와 식당 등에서 쓰는 외식비를 합한 것이다.

항목별로는 외식비(48만6129원)가 1년 새 17.0%(7만667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지출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구입비(58만773원)도 4.3%(2만3948원) 증가했다.


식비가 급증한 것은 봄철 가뭄으로 농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오른 가운데 소비 증가로 외식 수요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열무 도매가격은 24일 1만3280원으로 1년 전(8384원)보다 58.4%(4896원) 올랐다.

정부는 고물가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 고심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6일 “국제유가 상승, 원자재 가격,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 전 세계에서 돈이 굉장히 많이 풀려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고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올릴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전기료 인상 방침을 밝히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은 지난 5년 동안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올리니까 지금과 같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 발전단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최근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의해 최종 인상 폭을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전기요금이 오르면 다른 물가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고물가가 임금 인상,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공공요금 인상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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