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쇼호스트가 미소 지으면 매출 뚝… “무표정 유지해야”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정리=최호진 기자

입력 2022-05-25 03:00 수정 2022-05-2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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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
얼굴 표정-매출 관계 분석 결과
모든 감정표현 매출에 부정적
“뉴스앵커처럼 표정 없는 것 유리”



라이브 커머스가 온라인 쇼핑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 원에서 2023년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를 다수 보유한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업체는 물론 연예 기획사까지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인기와 진행 역량을 두루 갖춘 쇼호스트를 여럿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쇼호스트는 화려한 언변, 자연스러운 제스처, 다양한 표정과 리액션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쇼호스트가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될까? 미국 테네시대 연구팀은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의 얼굴 표정에 주목했다. 쇼호스트의 얼굴이 등장한 방송 화면 약 10만 건을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진행자의 표정을 분석했다. 방송 중에 그들이 짓는 표정을 행복, 슬픔, 놀람, 분노, 두려움, 혐오 등 6가지로 구분 짓고 드러난 감정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의 효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가장 좋은 얼굴 표정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쇼호스트의 감정 표현은 그것이 어떤 종류든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쇼호스트의 행복한 미소에 소비자들이 냉담한 이유는 뭘까?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는 판매자가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볼 것이기 때문에 웃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구매 의향이 줄어든다. 한편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 등 부정적인 정서는 소비자의 신뢰와 만족도를 떨어뜨려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연구팀이 제시한 대안은 “판매 시에는 정색하는 표정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면 판매 상황에서와 달리 방송 속 쇼호스트는 뉴스를 읽는 앵커처럼 어느 정도 무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송 시간의 흐름 측면에서는 6가지 감정 모두 ‘U자 모형’을 그렸다. 다시 말해 진행자의 표정이 어떤 감정을 드러냈는지와 무관하게 방송 초기와 마지막 부분에서는 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반응이 덜했고, 방송 중간에 가장 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진행자의 얼굴만 보며 판매 멘트를 듣다 지루해진 소비자들은 어느덧 방송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제품의 가성비를 따지며 구매 여부를 고민한다. 그 시간 동안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진다. 따라서 진행자의 얼굴 노출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즉, 방송 초반엔 적게 노출하다 점차 비율을 높여 방송 시간이 80% 정도 지났을 때 가장 많이 비추고 이후 다시 줄이는 것이 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 억지웃음, 과장된 제스처,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힘든 시대가 됐다.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진정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진심이 팔아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verhoyansky@gachon.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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