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대기권을 통과 중입니다 ”… ‘우주 배송’ 시대 온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3-21 03:00:00 수정 2022-03-21 13: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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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주 스타트업 인버전스페이스…물건 실은 캡슐 지구 궤도에 띄워
원하는 지역에 초고속 낙하 계획
대기 마찰 저항력 기술 확보 관건…인공 장기-구호품 배송 활용 기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도시 레이크 엘시노어의 3000피트(약 914m)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에서 지름 약 50cm 크기의 캡슐이 기체 바깥으로 던져졌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던 캡슐에선 수초 만에 낙하산이 펼쳐졌고 천천히 자세를 잡으며 지상에 도착했다.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미국 우주 스타트업 ‘인버전스페이스’가 진행한 실험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지구 궤도를 도는 캡슐을 만들어 우주 공간에서 세계 어느 곳으로든 물품을 배달하는 ‘우주 특급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물류 운송 회사 DHL도 달에 물품을 보내는 ‘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우주 비즈니스가 우주 배송 등으로 확대되면서 우주 공간이 다양한 상업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인버전스페이스 캡슐 사전 구매 의향서 규모만 2억2500만 달러
인버전스페이스가 2023년 선보일 우주 배송을 위한 캡슐의 데모 버전. 인버전스페이스 제공
저스틴 피아셰티 인버전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했다. 우주 공간에서의 비즈니스가 위성 데이터에서 그치지 않고 물품 배송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피아셰티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로켓 기업들의 등장으로 우주로켓 발사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다양한 물품을 지구 궤도로 보내고 다시 지구로 가져오기를 원하는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인버전스페이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컴비네이터’에 합류했다. 5개월 뒤인 11월에는 2억2500만 달러(약 2750억 원) 규모의 캡슐 서비스 구매 의향서와 함께 1000만 달러(약 122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인버전스페이스의 캡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용 우주로켓에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다양한 로켓에 다양한 물품을 실은 캡슐을 지구 저궤도(고도 100∼2000km)에 올려 태양전지를 통해 궤도를 돌다가 물품이 필요하다는 요청 신호를 받으면 필요한 지역에 곧바로 떨어뜨리는 배송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공장기를 장기간 보관하는 캡슐 여러 개를 민간 우주로켓에 실어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은 뒤 의료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곧장 신속하게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인버전스페이스의 계획대로라면 수백∼수천 개의 캡슐이 최대 5년 동안 지구 궤도를 돌게 된다.

인버전스페이스는 내년에 지름 약 50cm 크기의 캡슐 데모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캡슐의 지상 재진입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캡슐이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음속(초속 340m)보다 약 25배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때문에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릴 위험이 있다. 또 캡슐 내부 물품을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도 요구된다. 대기권에 진입한 뒤 지상에 가까운 곳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낙하할 때 캡슐이 자세를 잡으면서 심한 진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버전스페이스는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 소재와 디자인을 발굴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에서 이동할 때 우주쓰레기나 다른 위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 전통 물류 회사도 눈독 들이는 우주 배송

인버전스페이스는 지구 궤도에 물품이 든 캡슐을 올려 보낸 뒤 궤도를 돌게 하다가 요청이 있는 곳에 특급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버전스페이스 연구진이 하강실험을 마친 캡슐을 수거하고 있다. 인버전스페이스 제공
우주 배송은 지구 궤도라는 우주 공간뿐 아니라 인류가 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로 여기고 있는 달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운송 기업인 DHL은 민간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스’와 협력해 달에 지름 2.5m 크기의 소포를 보내는 상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애스트로보틱스는 자사가 개발한 로봇을 이용해 달로 화물을 수송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달 표면을 움직이는 로버를 개발해 달에서 화물을 수송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달 탐사선 ‘바이퍼’를 달 남쪽 지역으로 옮기는 미션을 애스트로보틱스가 개발한 달 탐사 로버 ‘그리핀’에 맡긴다고 2020년 발표한 바 있다. 댄 헨드릭슨 애스트로보틱스 부사장은 “달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달 표면에 내려앉으면 DHL처럼 전통적인 운송 물류 기업에 ‘우주물류’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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