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중고장터 사기거래 활개… 작년 12만명이 897억 떼였다

김성모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11-25 03:00 수정 2021-11-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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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컨슈머 리포트]〈3〉중고거래 플랫폼 사기 논란


이달 초 정모 씨(41)는 급한 마음에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접속해 ‘요소수’를 검색했다. 25t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부모님을 대신해서였다. 평소 10L에 1만 원도 안 하던 요소수 가격이 중고 시장에서 7만 원 이상으로 치솟아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4만 원에 급하게 넘긴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판매자는 “회사에서 물량을 몰래 빼돌려 파는 것”이라며 “낱개로는 안 파니 10개 이상 구매하라”고 유도했다. 정 씨는 40만 원을 보내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제품은 오지 않았다.

비대면 일상화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기 거래 등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가장 유망한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 중인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첨단 플랫폼에서도 끊이지 않는 사기 거래

2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20조 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중고 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커지는 추세다. 미국 중고 의류 유통업체 스레드업의 ‘2021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0억 달러(약 32조 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91조 원)로 2.8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는 “친환경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 특성상 중고 거래 시장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연히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기업도 급성장세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중고 거래를 ‘동네(지역)’ 단위로 묶어 활성화시킨 ‘당근마켓’ 가입자 수는 210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당근마켓은 기업가치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롯데쇼핑이 투자한 전통 강자 중고나라 회원 수도 2400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사기 거래 피해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 거래 사기 피해는 2014년 총 4만5877건에서 2017년 6만7589건, 2020년 12만3168건으로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올해에는 피해가 더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법도 다양해졌다. 최근 흔해진 것은 ‘중고나라론’으로 불리는 방식이다. 현금을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다가 구매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환불해 주거나 다른 구매자에게 돈을 받아 돌려 막는 식이다. ‘문고리 사기’도 등장했다. 판매자가 본인 집 현관 문고리에 물건을 걸어두면 구매자가 비대면으로 확인하고 돈을 보내는 방식을 악용해 물건만 챙기는 것이다.

○ 중고 거래 핵심 ‘신뢰’ 지킬 근본 대책 필요


사기 거래는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중고 거래 플랫폼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 저하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각 업체들이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중고나라는 사기 거래를 막는 사내 모니터링 전담팀을 꾸리고 안전 결제 이용을 늘리기 위한 ‘중고나라 페이’도 도입했다. 당근마켓도 안전 거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주기적으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진화하는 사기에 대한 기술적 선제 조치와, 수사기관과의 공조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핵심이 ‘신뢰’에 기반한 거래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이 성장한 것도 ‘동네 사람’끼리 사고파니까 안전하다는 믿음이 기반이 된 것”이라며 “관련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될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중고 거래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 지급정지 등을 할 수 있지만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영미 등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사기를 사이버금융범죄로 보고 피해금 회수나 지급정지 제도를 신속히 시행하는 만큼 우리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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