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에 韓-中-美 빅테크 동반하락… 개미들 고민 깊어진다

박민우 기자

입력 2021-09-24 03:00 수정 2021-09-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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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카카오 25.8%-네이버 8.9% 빠져
中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도 ‘홍색 규제’ 칼날에 주가 떨어져
中 헝다 사태로 美 애플-MS도 하락
일부선 “중장기 성장세 큰영향 없을듯”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국내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집중 타깃이 된 카카오와 알리바바는 이달 들어 두 자릿수의 급락세를 보였다.

카카오, 네이버에 투자한 동학개미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대표 빅테크 주식 약 13조 원어치를 보유한 서학개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에 비해 3.77%(4500원) 급락한 11만5000원에 마감했다. 6월 24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점(17만3000원)에 비해 30% 넘게 빠졌다. 네이버 역시 이날 0.74%(3000원) 내린 40만 원에 마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달 들어서만 각각 25.8%, 8.9% 하락했다.

국내 빅테크 ‘투톱’의 추락은 이달 들어 몰아친 정치권과 당국의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일부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한 데 이어 경쟁당국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규제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의 규제 칼날 역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대표 빅테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10.2%, 6.5%, 7.6% 하락했다. 알리바바는 올 들어서만 36% 이상 폭락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한 것을 계기로 일찌감치 ‘홍색 규제’로 불리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6월 말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하자 가입자 모집, 앱 다운로드 등을 금지했다.

세계 시가총액 1∼3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이달 들어 각각 3.9%, 1.1%, 3.1% 하락했다. 특히 최근 4거래일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그룹 사태로 실물경기가 얼어붙을 경우 애플 등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빅테크의 주가 하락세에 서학개미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일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5개사 주식을 103억2760만 달러(약 12조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3억6150만 달러)와 알리바바(1억1091만 달러) 주식도 4억7241만 달러어치 갖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각국의 ‘플랫폼 길들이기’에 당분간 빅테크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노이즈가 짧은 시일 내에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주가는 저평가 영역으로 판단돼 추가로 하락하면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는 글로벌 매출 규모가 커 자국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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