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영업자 ‘코로나 피해’ 11조… 1인당 年매출 1066만원 감소
서동일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9-14 03:00 수정 2021-09-14 05:31
본보-한경硏, 첫 업종별 실태 분석
대구에서 고기 무한리필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 씨(35)는 이달 초 폐업을 결정했다. 아내와 같이 맞벌이로 회사를 다니다가 함께 희망퇴직한 후 퇴직금으로 가게를 연 지 3년 만이었다.
개업 초반 하루 250만 원 안팎이던 매출은 최근 하루 3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시간 및 인원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의 영향을 정통으로 맞았다.
김 씨는 “종업원을 내보내고 무이자 대출을 1000만 원 정도 받으며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빚만 쌓여 갔다. 월 200만 원이 넘는 임차료에 전기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음식, 숙박, 서비스 등 총 9개 업종에서 김 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피해가 지난해 총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3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019∼2020년 업종별 자영업자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자영업자 1인당 업종 및 지역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다.
집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사업자 구분 기준 14개(신고 인원이 적은 광업 제외) 업종 중 9개 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전체 매출 감소액은 11조7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후 국내 자영업자들의 실제 매출 감소 규모를 업종별로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매출 폭이 큰 업종은 김 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린 업종이었다. 9개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 510만여 명의 1인당 평균 매출 감소액은 1066만 원이었다.
자영업자 1인당 매출액 증감률 추이를 보면 농·임·어업(―16.4%)과 숙박업(―12.8%)이 컸다. 소매업(―9.4%) 서비스업(―8.5%) 음식업(―7.3%) 도매업(―4.9%) 건설업(―4.3%) 제조업(―4.1%) 부동산임대업(―2.5%)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한경연 측은 “업종별로 살펴보면 영업 금지·제한 업종이 속한 업태의 자영업자 매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었다. 개별 사례들을 따져보면 절반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등에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애당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조금만 매출이 줄어도 폐업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 명동 등 임차료가 비싸고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의 자영업자 매출 감소 규모는 평균 감소액을 크게 웃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역별 매출액 감소 피해액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당 매출액은 1억350만 원으로 2019년(1억2680만 원) 대비 2330만 원(12.8%) 감소해 피해가 가장 컸다. 전라도·경상도 지역에서도 피해 업종 1위는 숙박업이었다. 각각 12.9%, 7.7% 매출이 감소했다. 강원 및 제주, 충청 지역의 경우 각각 10.4%, 11.4%씩 감소한 소매업 분야가 가장 피해가 큰 업종으로 나타났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천에서 당구장과 분식집을 운영하는 문모 씨(36)도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문 씨는 “괜찮아지겠지라며 이웃 자영업자들과 위로하며 다독이는 희망고문도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서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경연이 이달 초 국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4명(39.4%)이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45.0%가 ‘매출액 감소’를 폐업 고려 이유로 꼽았고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 및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지원금 형식이 아니라 피해 계층 위주의 지원책을 펴야 자영업자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9개 업종의 지난해 매출 감소액(2019년 대비)이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의 폐업한 빈 점포에 임대 알림판이 붙어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구에서 고기 무한리필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 씨(35)는 이달 초 폐업을 결정했다. 아내와 같이 맞벌이로 회사를 다니다가 함께 희망퇴직한 후 퇴직금으로 가게를 연 지 3년 만이었다.
개업 초반 하루 250만 원 안팎이던 매출은 최근 하루 3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시간 및 인원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의 영향을 정통으로 맞았다.
김 씨는 “종업원을 내보내고 무이자 대출을 1000만 원 정도 받으며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빚만 쌓여 갔다. 월 200만 원이 넘는 임차료에 전기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음식, 숙박, 서비스 등 총 9개 업종에서 김 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피해가 지난해 총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3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019∼2020년 업종별 자영업자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자영업자 1인당 업종 및 지역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다.
○ 피해 나타난 9개 업종 매출 감소 11조 원
매출 폭이 큰 업종은 김 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린 업종이었다. 9개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 510만여 명의 1인당 평균 매출 감소액은 1066만 원이었다.
자영업자 1인당 매출액 증감률 추이를 보면 농·임·어업(―16.4%)과 숙박업(―12.8%)이 컸다. 소매업(―9.4%) 서비스업(―8.5%) 음식업(―7.3%) 도매업(―4.9%) 건설업(―4.3%) 제조업(―4.1%) 부동산임대업(―2.5%)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한경연 측은 “업종별로 살펴보면 영업 금지·제한 업종이 속한 업태의 자영업자 매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었다. 개별 사례들을 따져보면 절반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등에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애당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조금만 매출이 줄어도 폐업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 명동 등 임차료가 비싸고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의 자영업자 매출 감소 규모는 평균 감소액을 크게 웃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 자영업자 10명 중 4명 “지금 폐업 고려”
지역별 매출액 감소 피해액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당 매출액은 1억350만 원으로 2019년(1억2680만 원) 대비 2330만 원(12.8%) 감소해 피해가 가장 컸다. 전라도·경상도 지역에서도 피해 업종 1위는 숙박업이었다. 각각 12.9%, 7.7% 매출이 감소했다. 강원 및 제주, 충청 지역의 경우 각각 10.4%, 11.4%씩 감소한 소매업 분야가 가장 피해가 큰 업종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경연이 이달 초 국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4명(39.4%)이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45.0%가 ‘매출액 감소’를 폐업 고려 이유로 꼽았고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 및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지원금 형식이 아니라 피해 계층 위주의 지원책을 펴야 자영업자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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