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정년연장 대신 MZ세대 복지강화 잠정 합의

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7-22 03:00 수정 2021-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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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무분규 가능성 높아져
논란 부른 정년연장 합의안서 빠져… 대신 ‘숙련 노동자 재고용 제도’ 도입
MZ 겨냥 결혼-출산 축하금 확대, 내부 불만 여전… 노조 27일 총투표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3년 연속 무분규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선 논란이 됐던 정년 연장이 빠지는 대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들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가 새로 반영됐다. 최근 중장년 위주 기술직(공장 생산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다며 별도 노조까지 출범시키는 등 갈등을 빚은 연구 사무직 위주 MZ세대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선 여전히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갈등을 봉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 원 △품질 향상 및 재해 예방 격려금 230만 원 △주식 5주 등이 들어갔다.

논란을 부른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합의안에서 빠졌다. 노조는 국민연금을 받기 전인 64세까지 정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무리한 요구라며 거절했다. 다만, 사측은 대안으로 숙련된 근로자 중 희망자에 한해 직군별로 재고용을 하는 ‘숙련 노동자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청년 실업에 따른 논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사 내에서 MZ세대들이 정년 연장에 거부감을 보여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복지는 강화됐다. 결혼·재혼·출산 축하금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올렸다. 입사 1년 후부터 누구나 차량 구매 시 20%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기숙사 거주 기간 5년 이상 연장, 1인 1실 운영,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도 포함됐다. 연구·일반직이 시간외수당 및 초과연장 근로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이번 합의안에 따른 성과급 총액이 1인 평균 1806만 원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MZ세대는 근속 연수가 상대적으로 짧아 기본급여 자체가 낮기 때문에 성과급 총액을 계산해 봐도 100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대차의 한 MZ세대 직원은 “기본급이 210만 원 수준이면 성과급은 1000만 원 수준이다. 노조가 밝힌 평균 1800만 원 성과급 총액은 연차가 높은 생산직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본급, 성과급을 많이 받아온 생산직 위주의 기존 근로자들에 비하면 MZ세대를 위해 마련했다는 복지는 여전히 만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 투표를 진행한다. 찬성이 50%가 넘으면 합의안이 최종 타결된다. 현대차의 다른 30대 직원은 “27일은 코로나19 백신 단체접종을 하는 날이다. 백신 휴가 사용 직원, 기존 재택근무자 등이 많은데도 찬반 투표는 당일 오전에 반드시 투표소에 나와서 해야 한다. 의견 수렴 절차부터 MZ세대 배려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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