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고객 세대교체중… ‘소비 대올림’ 나타나고 있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6-24 03:00 수정 2021-06-2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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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채널A ‘제22회 동아모닝포럼’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동아모닝포럼에서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가 ‘MZ세대’ 소비자 특성을 분석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곰표 밀가루’가 30년 뒤에도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을까?

식품업계에 콜라보(협업)와 레트로(복고)가 유행하는 가운데 곰표 브랜드는 이런 유행을 주도한 사례로 꼽힌다.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은 “소비자에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변화의 출발점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3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MZ세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K푸드의 진화’를 주제로 제22회 동아 모닝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서 김 본부장은 2017년부터 4년여에 걸친 ‘곰표 브랜딩’의 과정을 설명했다. 시작은 ‘미래 소비권력’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에 다가서는 것이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면 70년 가까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올드한 느낌보다 즐거운 느낌을 줘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결론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여름 ‘곰표 레트로 하우스’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포엑스알’과 함께 만든 ‘곰표 티셔츠’가 처음 나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뷰티업체 스와니코코와 손잡고 ‘곰표 쿠션파운데이션’ 등 화장품을 만들었다. 이후 곰표 패딩점퍼, 곰표 주방세제, 백팩 등이 나왔고 지난해 5월 국내 맥주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LG전자와 두산, 현대차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인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는 “MZ세대에서 ‘콜라보’가 인기를 끄는 것은 ‘노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MZ세대의 등장으로 기존의 마케팅 공식은 붕괴했다”고 정의하며 이들이 이끄는 시장이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는 개방된 디지털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시간 개념이 붕괴됐다는 점을 최근 마케팅의 특징으로 들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시간 개념이 없는 제페토(메타버스 플랫폼)가 자신의 진짜 삶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할매니얼’을 비롯한 레트로 열풍의 속성도 “과거, 현재의 구분 없이 지금 좋으면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보여짐의 욕망’, 자신의 신념을 소비에 투영하는 ‘미닝아웃’, 완벽함보다는 솔직한 소통 등을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소비는 과거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선호 브랜드를 결정하는 연령대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입맛이 보수적이어서 식품업계의 순위가 한번 정해지면 10년, 20년씩 순위가 유지되곤 했지만 지금은 식품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가 패션 못지않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부모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자녀도 따라 좋아하는 ‘소비의 대물림’이 보편적이었지만 지금은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찾는 식으로 ‘소비의 대올림’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전 연구위원은 “현재 식품 고객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장수 브랜드만 고수하면 1등 브랜드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새로운 소비세대 등장으로 인한 변화에 직면한 식품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기능성 식품, 간편식품 등 유망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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