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머스크, 자산 수백조원 늘어도 세금은 쥐꼬리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6-10 03:00 수정 2021-06-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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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만달러 중산층 소득세율 14%… 5년 990억달러 증가 베이조스는 1%
연방소득세 한푼도 안 낸 해도… 보유 주식 가치상승으로 자산 늘어
“자산에도 세금 부과해야” 주장에 “소득 없다면 세금 안 내야” 반박도





세계 1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수백조 원대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평범한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아 절세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 제도가 부유층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자산이 많다고 소득도 많은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논쟁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는 미 국세청(IRS)의 비공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4∼2018년의 5년간 미국 최상위 부자 25명의 자산이 총 4010억 달러(약 447조 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낸 연방소득세는 136억 달러(약 15조1600억 원), 실제 세율은 3.4%였다. 연봉 7만 달러(약 7800만 원)인 미국 중위소득 가정의 실세율이 평균 14%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베이조스는 5년간 990억 달러(약 110조 원)의 자산을 불렸다. 이 기간 그가 낸 연방소득세는 9억7300만 달러(약 1조849억 원), 실세율은 0.98%에 불과했다. 머스크는 139억 달러(약 15조5000억 원)를 불렸으나 연방소득세는 4억5500만 달러(약 5073억 원·실세율 3.27%)만 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산이 243억 달러(약 28조900억 원) 늘어나는 동안 연방소득세는 2370만 달러(약 264억 원·실세율 0.1%)만 냈다.

특히 베이조스는 2007년과 2011년, 머스크는 2018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도 투자 손실과 대출 이자 등을 이유로 세금 공제를 받아 연방소득세를 적게 납부했다.

부자들은 어떻게 낮은 세율을 적용 받았을까. 이들의 자산이 불어난 첫째 요인은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이다. 미국은 ‘수익이 실현될 때만 소득이 발생한다’는 조세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주식이 급등하며 2006∼2018년 자산이 1270억 달러 늘었지만, 이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쥐지 않는 한 이에 대해 소득세를 매길 수 없다.

대출을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이를 갚아야 한다고 계산해 세금을 매길 때 그만큼 차감한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577억 달러어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금을 줄였다.

비판이 커지자 ‘억울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아이컨은 “소득세는 소득세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유한 자산에 세금을 따로 매기는 것과는 별개로, 소득이 없거나 손해를 봤는데 소득세를 내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 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이번 보도에 대해 “이제는 미국의 부자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할 때”라고 말했다.

파장은 큰 분위기다. IRS는 해당 문서의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밀정보를 부적절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이번 보도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버핏은 “자산의 99% 이상을 납세와 자선활동에 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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