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아 현금 쌓는 유통 맞수… ‘대어 인수전’ 불뿜는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5-18 03:00 수정 2021-05-1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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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롯데쇼핑은 자산 유동화 중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맞수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 두 기업이 지난해 3월부터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만 3조 원이 넘는다. 이 같은 자산 유동화는 이달 말 본입찰이 예정된 이베이코리아 등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비축해두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 부동산 팔아 기업 인수용 ‘실탄’ 비축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다음 달 1일자로 이마트 가양점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일대의 토지와 건물을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6820억 원을 받고 매각한다. 향후 12개월간의 임차 운영 및 건물 신축 시에도 일부를 분양받는 재입점 조건부 거래다. 또 경기 남양주시 이마트 별내점의 주차장 부지도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에 750억 원을 받고 양도한다.

이에 앞서 이달 7일 롯데쇼핑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의 지분 보유 전량(15%)을 롯데물산에 8313억 원에 매각했다. 그 대신 10년간 연 493억 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쇼핑몰 영업을 이어간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대규모 유동화에 나선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서울 강서구 마곡 부지를 8158억 원에 매각했고, 7월에는 서울 중구의 비영업용 부동산을 637억 원에 계열회사인 ㈜신세계로 넘겼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롯데리츠에 롯데백화점 중동점을 비롯한 5개 오프라인 점포 토지 및 건물과 김포 물류센터 토지를 7342억 원에 양도했다.

이마트와 롯데가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3개월간 부동산을 팔아 마련하는 현금 자산만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롯데쇼핑이 연내 경기 양주시 롯데마트 양주점을 포함한 8개 점포를 추가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면서 30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를 추가 매각한 뒤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임대하지 않고 점포 문을 그대로 닫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유통업계 지각 변동 예상
두 회사는 부동산 유동화로 마련한 현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투자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선 M&A 시장을 겨냥하는 ‘실탄’으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본입찰이 이달 말 예정돼 있다. 처음 거론된 5조 원보다 매각가가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인수를 위해서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쿠팡, 네이버에 비하면 성장세가 더디지만 거래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막강한 ‘빅3’ 중 하나다. 업계에선 “이마트와 롯데 입장에선 인수 효과가 고민되지만 상대방에게 빼앗기면 뼈아픈 실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 들어 유통업계에선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패션테크 분야에서 신세계 SSG닷컴이 W컨셉코리아를 인수하고 카카오가 지그재그(크로키닷컴)를 사들인 데 이어 17일에는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29CM를 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A가 이어지면서 이커머스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이마트, 롯데쇼핑이 이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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