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영업익 1조 ‘해운 흠슬라’ 떴다

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5-18 03:00 수정 2021-05-1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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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맏형 HMM 화려한 부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합시다.”

지난해 3월 29일 배재훈 HMM 사장은 국내외 임직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2016년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 뒤 4년 만에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사명을 바꾼 직후였다.

평범한 메시지로 흘려듣기엔 당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다. 10년여 동안 계속된 적자. 3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부 지원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것에 “지나친 지원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HMM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 2조4280억 원, 영업이익 1조193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1조213억 원 개선됐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다. 주가도 17일 종가 기준 4만2850원으로 지난해 3월 최저점(2120원)보다 약 20배로 올랐다. 주주들은 HMM을 ‘흠슬라’(HMM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합친 단어)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HMM의 호실적은 한국 해운업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의미도 있다.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이후 HMM은 한국 해운업의 맏형이 됐다. 수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적 선사였지만 실적은 좋지 못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9808억 원)를 내기 전까지 10년간 연간 기준 적자에 허덕였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는 조선·해운업계와 함께 2018년부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HMM과 정부는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1대)급 및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추가 발주량까지 더해 HMM은 2022년까지 100만 TEU 규모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확보한다.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을 회복하는 것이자 글로벌 6, 7위 수준의 선박회사로 거듭나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HMM에 오히려 기회였다. 코로나19 초기엔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움츠려 있던 해상 물량 수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선박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해상 운임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올해 1분기 운임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올 1분기 HMM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93만7000TEU로 지난해 1분기 처리 물량(88만4000TEU)보다 조금 늘어난 정도다. 하지만 컨테이너 부문 매출은 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1000억 원)의 배에 달한다. 물량은 비슷했는데 매출이 2배로 오른 건 해상 운임 상승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운업계의 체질 개선이나 근본적인 부활로 평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임 상승에 따른 호실적에 도취했다가 운임이 진정세로 접어들면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HMM이 어느 정도 몸집은 커진 만큼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업을 다각화해야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화주 및 노선 확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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