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특수에도 울고싶은 車업계… 반도체 부족-보조금 바닥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5-12 03:00:00 수정 2021-05-12 04:46:1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기아 EV6 사전예약 조기마감… 현대 아이오닉5도 흥행 성공
전기차, 일반차 10배 반도체 필요… 車반도체 부족 장기화에 출고 차질
아이오닉 지난달 2600대 생산 그쳐… 보조금은 테슬라에 쏠린채 바닥


기아 EV6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밀려드는 수요만큼 전기차를 만들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기아는 새 전기차 사전 예약을 조기에 마감했고 현대자동차는 목표 생산량의 3분의 1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 생산 차질로 소비자들이 국산 전기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하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대당 최대 1900만 원에 달하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독식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내연기관차로는 선보이지 않은 전기차) EV6 사전 예약을 14일 마감한다고 11일 밝혔다. 기아는 당초 두 달간(3월 31일∼5월 31일) 예약을 받아 7월 정식 출시와 함께 고객에게 차를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약 수량이 10일 기준 3만 대를 넘어서며 기아의 올해 EV6 생산 목표 1만3000대를 2배 이상 뛰어넘었다. 국산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예약이 많이 들어온 것이지만 회사는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상황이 길어지면서 주문이 들어와도 차를 더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및 지자체 예산으로 준비된 친환경차 보조금도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국산 전기차를 기다리던 고객이 이탈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국산 전기차 생산 차질은 발등의 불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앞서 2월 사전 예약 첫날에만 1년 판매 목표량 2만6500대의 89.6%(2만3760대)를 채워 흥행에 성공하며 지난달 19일 정식 출시에 나섰지만 차량을 받은 고객 수는 여전히 미미하다. 당초 울산1공장에서 지난달 1만 대를 생산하려 했지만 2600대 생산에 그쳤다. 현대모비스 PE모듈(구동부품) 생산 차질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일주일간 휴업했기 때문이다. 이달도 2800여 대 생산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에는 일반 차보다 10배 이상 많은 20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차·기아 내연기관차 고객 인도도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오닉5를 위해 공장 가동을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산 전기차를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 일부는 사전 예약을 취소하고 미국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다. 지자체들은 차량 출고 등록 순서대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사전 예약을 걸고 기다렸다가 보조금이 소진될 연말에나 국산 전기차를 인도받으면 보조금을 못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에서 일반 소비자 전기차 보조금은 이미 74.5%가 소진돼 645대 몫밖에 남지 않았다. 울산과 세종도 소진율이 50%를 넘어섰다. 일부 지자체는 기초단체 단위로 지급하는데 경기 수원시·하남시, 경북 구미시, 전남 나주시 등 16곳은 이미 보조금이 다 나갔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 기준 올해 1∼4월 등록된 자가용 전기차 중 가장 많은 차는 테슬라 모델3(2321대)였다. 보조금 상당분이 지난해처럼 테슬라 구매에 쓰인 것이다.

‘쓸 만한 국산 전기차’로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본격 진출을 동시에 꾀하려던 정부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숨통을 틔워 주지 않으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테슬라가 일찍 반도체 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역량은 미래차 경쟁력이 됐다. 이제라도 정부와 산업계가 반도체 공급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