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페이서 신한카드, 신한페이서 국민카드 쓰게 된다

신지환 기자

입력 2021-05-12 03:00 수정 2021-05-12 05:1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8개 카드사 간편결제앱 개방 합의

이르면 올해 말부터 특정 카드사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회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간편결제 시장을 잠식하자 이에 맞서 카드사들이 손잡고 ‘연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카드사는 최근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열고 “각 사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방해 다른 카드사의 결제 수단을 추가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이르면 연말까지 앱카드 상호 연동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서는 자사 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호 연동이 가능해지면 특정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 하나로 여러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를 쓸 수 있게 된다. 예컨대 KB국민카드의 ‘KB페이’ 앱에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을 등록해 결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사의 시스템을 연계하는 데 기술적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연내 시행을 목표로 빠른 속도로 추진하자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경쟁사와 손잡고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급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을 빅테크들이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4492억 원으로 2016년(645억 원)에 비해 4년 새 7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하지만 페이 시장에서 카드사, 은행 등 금융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2019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사업자들이 간편결제 시장(일평균 이용금액 기준)의 37.8%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금융사 점유율(33.8%)을 앞질렀다. 지난해는 간편결제 이용 금액의 45.7%가 전자금융사업자 몫이었다.

빅테크의 진격에 맞서 금융사들은 금융그룹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그룹 통합 결제 플랫폼인 ‘KB페이’와 ‘신한페이’를 각각 내놓고 신용·체크카드 기반 간편결제와 은행 계좌 결제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나·우리·NH농협금융도 연내에 자사 카드사 앱에 계열사 전체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통합 결제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 금융권은 내부 전열 정비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7∼12월)부터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등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도 통합 플랫폼의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앱카드 연동 기술 개발과는 별개로 실제 경쟁 카드사끼리 얼마나 문호를 개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테크에 대항해 협업이 필요하다는 큰 틀의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각 사의 이해관계나 사업 구상이 제각각”이라며 “이탈하는 회사가 나오거나 서비스 구현에 이견이 생기는 등 실제 서비스 개방까지 난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