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 비율,日-英-加보다 높아… 이중 도덕적 해이 우려”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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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공기업 부채 개선’ 보고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 부채 비율이 기축통화국인 일본, 캐나다, 영국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나랏빚이 급격하게 불어난 가운데 ‘숨겨진 빚’인 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내놓은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GDP 대비 비(非)금융공기업 부채 비율은 20.6%였다. 일본(15.8%), 캐나다(9.1%), 호주(8.9%), 영국(1.3%)보다 높다. 연구진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관련 자료를 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8곳과 비교한 결과다. 2019년 금융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 비율(62.7%)도 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공기업의 상당수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면서 부채만 많은 것이 문제”라며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데 정부 부채와 달리 관리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채는 2020년 기준 GDP의 48.7%로 추정돼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적은 반면 공기업 부채는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대부분 최상의 신용도(Aa2)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올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독자 신용등급은 각각 B1, Ba3로 투기등급에 속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까지 고려해 결정되는 최종 신용등급은 모두 Aa2다. 2000∼2018년 비금융공기업은 민간기업보다 0.51%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공기업이 재무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고 정부는 무리한 정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이중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가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 국회나 재정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정부 재원을 활용하는 대신 공기업에서 손쉽게 부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공사채를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기업에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같은 자본 규제를 적용하거나, 채권자가 일부 손실을 부담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국가경제에서 공공부문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타국들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철도, 에너지, 의료 등 공공기관의 역할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기 때문에 부채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범위나 회계처리 기준도 국가별로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부채는 정부 부채와 달리 자산, 당기순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최근 5년간 연평균 6조 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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