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자 K-배터리” LG-SK 분쟁해소로 투자 속도

곽도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4-13 03:00 수정 2021-04-13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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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30년간 쌓은 우리 기술 인정”… 김준 “더 큰 성장으로 저력 보이자”
전기차 업계 대규모 수주전 기다려… 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준비
SK이노베이션, 자회사 내달 상장




“승자와 패자가 없는 적정선의 합의였다.”

12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안팎에선 전날 극적으로 이뤄진 ‘배터리 합의’를 두고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양사가 치열하게 분쟁을 벌이는 동안 폭스바겐이 중국 CATL을 협력 파트너로 정하는 등 뼈아픈 상황을 딛고 미래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이날 LG와 SK 측은 각각 공시를 통해 합의금 2조 원을 재확인하고 향후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고 재차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당장 합의금 부담이 있지만 불확실성을 털었다는 점, LG에너지솔루션은 고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로 얻은 것이 있다는 분위기다.

양사 최고경영자들은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내고 조직 다독이기에 나섰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30여 년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이를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무엇보다 큰 성과”라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배터리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우리 저력을 보여주고 우리 마음의 상처 역시 보상받아야한다”고 격려했다. 또 “이번 성장통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자”고 다짐을 전했다.

LG와 SK가 2년간 소송전을 이어오는 동안 득을 본 것은 중국 배터리 업계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 2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17.3%에서 31.7%로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6.6%에서 19.2%로, SK이노베이션은 6%에서 5%로 떨어졌다.

지난달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2023년부터 주력 배터리를 기존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고 중국의 CATL을 유력한 협력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뼈아픈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분쟁 리스크가 아무래도 완성차 회사 입장에선 공급 불안 요소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와 SK는 이제 소송전을 딛고 미국과 유럽 발주 물량 수주전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올해에도 폭스바겐과 포드, 다임러, 볼보 등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대규모 수주전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상장과 증설 투자 계획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시설 구축을 앞두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10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5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1공장과 2공장도 각각 내년, 2023년 양산을 시작한다. 올해 3분기(7∼9월)에는 헝가리에 유럽 3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정부의 협력 의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성장해 온 LG와 SK가 모든 법적 분쟁을 종식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며 “정부도 전략산업 전반에서 생태계와 협력체제 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도영 now@donga.com·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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