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인 대박’ 꿈꾸는 2030… 가상화폐 거래액, 코스피 40% 넘어

김동혁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1-03-05 03:00 수정 2021-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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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445조 거래, 작년 총액 추월… 하루 거래액, 광풍 분 2018년의 3배
젊은층 “주식보다 높은 수익 기대”… 올들어 투자자 159만명으로 급증
하루 10배 변동 ‘잡코인’에도 몰려… 전문가 “자산가치 없어 폭락 가능성”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24시간 거래가 되니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원 김모 씨(32·여)는 지난해 말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찾아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100만 원을 투자했다. 주식에 넣었던 3000만 원을 전부 빼내 비트코인에 ‘몰빵’한 건 올해 2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기사를 접하고서였다. 당시 개당 6000만 원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6583만 원까지 치솟은 뒤 500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4일 현재(오후 3시 기준) 5690만 원에 거래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김 씨는 “현재 200만 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다. ‘디지털 금’이란 얘기에 투자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건 아닌지 후회된다”고 했다.

○ 두 달도 안 돼 가상화폐 445조 원 사고팔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 2021.2.17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총 445조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거래대금(356조2056억 원)을 훌쩍 넘겼다. 4대 거래소의 투자자 통계가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에 오간 돈은 7조9468억 원이었다. ‘코인 광풍’이 거셌던 2018년(2조5654억 원)에 비해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규모다. 2월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19조954억 원)의 42% 수준이다.

올 들어 지난달 18일까지 4대 거래소에 가입한 회원 가운데 한 번 이상 거래한 투자자는 159만2157명이었다. 지난해 연간 투자자 수(120만834명)를 두 달도 안 돼 뛰어넘었다. 3년 전보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더 뜨겁다는 게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러시는 유동성이 뒷받침된 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 데 이어 테슬라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굴지의 금융사도 비트코인 투자를 선언했다.

○ “투기자산, 거품” 경고도 잇따라

특히 가상화폐를 찾는 20, 30대 젊은층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상·하한가 제한 등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투자 시기와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투자에 뛰어든다. 양모 씨(29)는 “대박을 노리려면 주식보다 가상화폐가 낫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하루 새 10배 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잡코인’에도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여전히 거품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비트코인은 투기자산” “비효율적 결제 방식”이라며 연일 비판에 나섰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 역시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거둬들여지면 가상화폐도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무형의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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