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주려 10조 국채… 나랏빚 1000조 먹구름

세종=송충현 기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3-03 03:00 수정 2021-03-0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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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중 9조9000억 국채 발행 조달




정부가 19조5000억 원에 이르는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추경) 패키지 중 약 10조 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하며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채 물량까지 늘면 국내 국채 금리의 상승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 올해로 앞당겨지나

2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9조9000억 원의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내용의 19조5000억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추경 패키지를 의결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고 불가피할 경우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 없이 국채와 실제 예산을 쓰고 국고에 남은 세계잉여금 등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했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며 올해 말 국가채무는 예상치(956조 원)를 웃도는 965조900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3.9%에서 48.2%로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국가채무관리계획을 통해 국가채무가 내년이 돼야 1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4차 재난지원금과 7월로 예정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이 더해지며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돼 추경이 또 편성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전 국민 지원금이 연내 현실화될 경우 국가채무는 더욱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

○ 국고채 10년물 금리, 약 2년 만에 최고치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재정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적자가 더 늘 수밖에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에서 30%대,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데 7∼9년이 걸렸다”며 “현재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 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을 공식화하면서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에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시장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도 증가한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추경 기준 20조4000억 원이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1∼6월) 중에 5조∼7조 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의 우려가 완화되긴 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정부 전망치를 넘어설 경우 이자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1.966%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0.006%포인트 오르며 2019년 3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금리는 하루 만에 0.076%포인트 급등한 바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위원은 “국채 발행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은 결국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며 “서민들의 이자 부담 등 민생의 문제로 바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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