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에 “경쟁사보다 연봉 왜 낮나”… MZ세대 직원들의 돌직구

이건혁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2-26 03:00 수정 2021-02-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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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창업자 ‘진땀 간담회’




“급여와 성과급이 타사에 비해 낮다. 연봉 산출 공식을 공개해 달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두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들이 25일 창업자를 향해 인센티브와 보상 개선을 요구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공세에 경영진은 진땀을 흘렸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5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내 인트라넷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GIO가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건 약 1년 만이다. 회사 전략 등을 소개하는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는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네이버 직원 6000명 중 절반 이상이 동시에 접속했다.

이날 행사의 발단이 됐던 인센티브와 연봉 등 보상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네이버 노조가 6일 ‘회사 실적은 사상 최고인데, 직원 보상은 못 미친다’는 내용을 전 직원에게 발송하는 등 인센티브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은 “임원과 직원 간 급여 차가 너무 크다” “인센티브와 연봉 산정 방식을 공개해 달라”고 경영진에 요구했다. “쿠팡, 배민(우아한형제들)은 빼놓고 비교한 뒤 (처우가) 업계 최고라 할 수 있느냐”는 등 타사를 직접 언급하는 질문도 있었다. 네이버는 사전 질문으로 220개가 넘게 들어왔으며, 이 중 추려진 것들과 실시간으로 받은 31개의 질문에 답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창업자에게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이직이 잦아 다른 회사의 연봉 수준에 민감한 정보기술(IT) 기업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직원들은 연봉이 높은 IT 기업을 서열화해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신조어를 만들고 그때그때 바뀌는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날 간담회 직전 직장인 앱에선 배달의민족이 개발직 초봉을 6000만 원으로 올리고 재택근무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금세 전통적 강자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과 비교해 신규 강자인 ‘크래프톤, 쿠팡, 배달의민족’의 처우가 더 좋아졌다는 뜻에서 “이젠 ‘네카라’가 아니라 ‘크쿠배’”라는 말이 나왔다. 네이버, 카카오 직원들은 “뜨는 해 배민, 지는 해 네이버” “더 이상의 네카(네이버 카카오)는 그만”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GIO는 이들에게 네이버 보상 체계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설득했다. 이 GIO는 “2019년 처음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행사가 올해부터 이루어진다”며 “상장사가 전 직원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상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한 대표는 “한 해 동안 고생한 많은 조직으로 분산 배분됐다”며 “IT 기업은 단기 성과를 인센티브 기준으로 삼는 건 맞지 않다”고도 했다.

네이버 경영진은 ‘미래’에 방점을 찍으며 직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 GIO는 “글로벌 도전 전략에 대해 3월 11일에 추가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 노조 측은 간담회가 끝난 뒤 “일방적인 입장 전달 외에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같은 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2시간 10분 동안 직원들이 미리 보낸 144개의 질문에 쉴 틈 없이 답했다. 당초 이날 자리는 김 의장이 밝힌 5조 원의 ‘기부 플랜’과 카카오의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인사 평가 제도와 보상 이슈가 논란이 되면서 김 의장도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이 타사에 비해 낮다는 의견이 많다’는 질문에 “계열사마다 규모나 업계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곳보다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카카오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직장 내 괴롭힘, 인사 평가제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선 “‘경고등이 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내 동료, 내 상사, 내 CEO에게 말하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장은 대략적인 ‘기부 플랜’ 방향도 제시했다. 김 의장은 “‘돈도 빽도 없는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면 어떨까’라는 제안에 따라 인공지능(AI) 캠퍼스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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