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획]새 플라스틱 원료 PHA, 짧게는 반년이면 분해돼

배미정 기자

입력 2021-01-27 03:00 수정 2021-01-2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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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화이트바이오’ 소재 상용화
기존 친환경 소재 ‘PLA’ 비해 분해속도 획기적으로 짧아져
빨대-컵-비닐봉투 등 제조 가능
인도네시아 공장 年5000톤 생산… 글로벌기업 선주문 벌써 쏟아져


PHA를 활용해 빨대, 마스크 필터, 샘플, 비닐봉투, 플라스틱 컵, 종이컵 내부 코팅 등을 만들 수 있다(왼쪽부터 시계 방향). CJ제일제당 제공
환경오염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화이트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이트바이오란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이나 미생물, 효소 등을 활용해 기존 화학 산업의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산업을 말한다. 특히 셧다운과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친환경적인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데 대해 죄책감을 호소하는 등 소비자 의식도 높아지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해양에서 100% 생분해될 수 있는 소재로,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인 PHA(PolyHydroxyl Alkanoate)는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전 세계에 몇몇 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PHA 전용 생산라인을 신설해 연간 5000t 규모의 PHA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서 PHA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홍국기 화이트바이오 담당 생분해소재사업팀 팀장(부장)을 통해 PHA 사업의 전망을 물었다.


―PHA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친환경 소재들과 어떻게 다른가.


현재 가장 대중화된 친환경 소재인 PLA(Polylactic Acid)는 최근 식품 포장재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는 생분해가 안 되며, 특정한 온도와 퇴비화 설비를 거쳐야만 분해된다. 반면 PHA는 바닷속이나 땅속 등 미생물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생분해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미생물로부터 어떻게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수 있나.

PHA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따로 존재한다. 이들 미생물은 옥수수의 포도당처럼 먹이가 될 만한 식물 유래 성분을 섭취하고, 세포 내에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목적으로 PHA를 쌓아놓는다.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농업) 영역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PHA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균주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도 개발할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이 PHA 생산 기술을 갖추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바이오 공장은 올해 해양에서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PHA를 5000t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2016년, PHA 생산 기술을 갖춘 미국 기업 메타볼릭스의 핵심 기술을 인수했다. 여기에 60년 이상 누적된 CJ제일제당의 발효 기술을 접목해 상용화를 앞당기게 됐다.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 시장에서 미생물 발효 기반의 친환경 생산 공법으로 세계 1위 아미노산 품목 5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발효 기술에 있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PHA로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나.

PHA에는 강도가 강해 고정된 형태의 플라스틱을 만드는 소재와 유연성이 좋아 비닐이나 필름 등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두 가지 종류의 PHA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빨대나 플라스틱 컵, 비닐 봉투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PHA가 분해되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며 완전히 분해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소재이기 때문에, 미생물이 존재하는 환경이라면 어디에서든 생분해될 수 있다. 환경에 따라 분해 기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바닷속을 기준으로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수년 정도면 분해된다. 일반 페트병을 비롯한 1회용 플라스틱이 바닷속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데 비하면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PHA 사업의 전망은 어떤가.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늘고 ‘환경 보호=인류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 소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예컨대 코카콜라도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50%를 친환경 원료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바이오 공장은 본 생산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유럽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양산 물량을 뛰어넘는 5000t 이상의 물량을 선주문해 PHA에 대한 높은 수요가 확인됐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CJ제일제당은 올해 바이오 사업 부문 내에 화이트바이오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한편,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PHA 외에도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화이트바이오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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