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2차전지 소재, 미래 먹거리”… 신사업 투자-조직개편 가속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1-26 03:00 수정 2021-01-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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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
<7>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회장이 2019년 10월 19일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지하 염수 추출 시현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리튬 매장량이 1300만 t이나 된다고요? 정말입니까?”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포스코 ‘옴브레무에르토’ 염호(소금호수) 사무실. 리튬 매장량 추정 보고서를 받아든 포스코 직원들은 보고서를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2018년 염호를 인수할 당시 예상한 리튬 매장 추정치는 220만 t이었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이보다 다섯 배가량 많은 1350만 t이 매장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약 3억7000만 대를 생산하는 데 쓸 수 있는 규모였다. 며칠 뒤 외부 평가 기관에서 추정치가 맞다는 회신을 받았다. “와…” 직원들은 낮은 탄식을 했다. 다섯 배 많은 양이라니, 그야말로 ‘잭팟’이 터져 얼떨떨했다.

포스코에서는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을 포스코 역사에 획을 긋는 성과로 평가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가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전지 소재를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아온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주변에 “이 사업에 투자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철강 기업을 넘어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투자가 큰 결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 세계 유일의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그룹

“세계에서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 음극재까지 2차전지 소재 일괄공급체계를 갖춘 기업은 포스코뿐이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2차전지 소재 사업처럼 포스코의 미래를 이끌 먹거리 육성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포스코=철강 기업’이라는 공식을 깨고 철강은 물론이고 2차전지, 수소 사업 등 디지털 시대 전방위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지였다.

최 회장은 2차전지에 들어가는 4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소재 원료가 되는 리튬, 니켈 및 흑연 등 핵심 원료 사업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 △음극재, 양극재 생산 공장 구축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개발 △친환경 니켈 제련 사업 추진 △흑연 광산 지분 투자 △전고체전지 소재 개발 등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연 2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 매출 약 30조 원 수준인 철강부문 매출에 버금가는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최 회장의 의지는 그룹 조직 개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2019년도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신성장부문을 신설했다. 신성장부문을 철강부문과 함께 포스코 양대 성장 축으로 삼고 2차전지 사업과 벤처기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겼다. 당시 업계 관심사는 신성장부문장에 누구를 앉힐지였다. 최 회장은 신성장부문장으로 외부 전문가인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영입했다.

지난해 말 단행한 2021년도 조직 개편에서 포스코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와 물류사업부를 회장 직속 조직으로 신설했다. 최 회장이 또 다른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수소와 부생가스 활용, 탄소중립 제철소 구현, 물류 운영 효율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 ‘탄소중립 사회’ 수소 생산 500만 t 체제 구축

최 회장은 ‘기업도 사회 일원으로서 국가 발전에 힘써야 한다’는 뜻으로 ‘기업 시민’이란 경영이념을 항상 강조한다. 포스코의 ‘그린수소 선도 기업’ 비전은 기업 시민을 구현하기 위한 대표 사업이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사회와 국가 수소생태계 완성에 기여하고자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t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초기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고 수소를 운송, 저장,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 수소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게 포스코의 구상이다. 철강을 생산할 때 수소를 활용하는 친환경 수소 환원 제철 공법을 상용화하는 것도 최 회장의 중점 과제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다.

최 회장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안전이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나와 동료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노후 시설과 불안전한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안전과 그린, 디지털이 올해 포스코 행보를 상징하는 단어가 될 것이다. 안전 개선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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