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은 기후변화 백신”… 산림청, 2050년까지 30억 그루 심는다

대전=이기진 기자

입력 2021-01-25 03:00 수정 2021-01-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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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산림청은 2050년까지 국내외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강원 인제군에 있는 자작나무 숲. 동아일보DB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 산불과 홍수, 가뭄 등 피부에 와닿는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과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눈이 내렸다. 한반도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은 선제적 대응 조치로 최근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수립해 발표했다. <편집자 주>》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구 평균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 상승한 상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 탄소중립, 나무와 숲이 답이다.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확산 움직임에 동참했다. 12월에는 세부적인 로드맵도 발표했다. 이후 산업구조를 저탄소화하고 친환경차 생산을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다양한 해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핵심 해법으로 탄소흡수원인 산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나무와 숲, 즉 산림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백신에 버금간다고 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는 백신이 있지만 기후변화에는 백신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도 기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산림을 주목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빠르면서도 부작용 없이 효과를 지속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0년 다보스 포럼에서의 ‘1조 그루 나무 심기’가 세계 각국의 주요 어젠다로 떠오른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1조 그루 나무 심기 법률안’이 발의됐고, 캐나다에서는 향후 10년간 2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온실가스 1200만 t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산림청, 나무 심어 탄소 3400만 t 줄이겠다

산림청(청장 박종호)은 20일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국내외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 3400만 t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4대 정책방향과 12개 실행전략도 마련됐다. ‘숲과 나무’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적의 자연친화적 해법이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산림청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국내 산림의 노령화다. 국내 숲의 경우 1970, 80년대 집중 조림돼 노령화가 심각하다.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의 역할도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2018년 4560만 t으로 전체 배출량(7억2800만 t)의 6.3%를 차지했다. 하지만 노령화로 인해 2050년에는 1400만 t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 산림 중 6영급(심은 지 50∼60년 된 나무) 이상 산림 비율이 지난해 10.2%에서 2030년에는 32.7%, 2050년에는 72.1%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정규원 한국산림기술인회장(농학 박사)은 한 기고문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70% 정도가 노령화돼 있어 관리하지 않으면 자원화도, 공익적 기능 발휘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이 산림을 젊고 건강하게 개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목재 수확 시기를 조정해 벌채 사업을 확대하고, 벌채한 자리에는 테다소나무, 백합나무, 가시나무류와 같은 탄소 흡수 능력과 환경 적응력이 우수한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베어낸 나무는 목재와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할 생각이다. 국산 목재는 탄소 저장고로 인정되고 있다. 또 산림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규성 충북대 교수(목재종이과학과)는 “산림바이오매스로 대표되는 목재펠릿은 유연탄 대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2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비용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을 반드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바이오매스는 화석연료를 대신해 전체적인 온실가스 발생은 물론 대기오염 물질을 감축시킬 수 있는 청정 대안기술임이 과학적 분석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 생활공간 속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

산림청은 도시 내 자투리 공간, 한계농지 등 유휴 토지, 하천변 등 생활권 곳곳 나무 심기도 확대할 방침이다. 생활권 숲은 온실가스 흡수원 역할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숲 조성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탄소중립 이행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이다. 대전시도 최근 도심 1000여 곳에 도시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림청은 국내에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북한 산림복구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부처 자료를 종합하면 북한의 전체 산림 824만 ha 중 147만 ha가 황폐화됐다. 산림청은 우리의 치산녹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산림복구 사업을 추진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은 비정치적인 분야로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의 마중물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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