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발빠른 모바일 변신… 시총 100조 시대 연다

이건혁 기자 , 김성모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1-25 03:00 수정 2021-02-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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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게임산업]<1> 4차 산업혁명 주역으로



“한국 게임의 기존 성공 공식은 잊어라.”

분명 위기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막혀 있었다. 성공을 견인했던 PC 온라인의 성장세는 정체됐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 게임업체들은 해외 경쟁 업체보다 앞서 모바일 전환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2019년 PC와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를 내놨다. 넥슨도 PC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고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로 구현해냈다.

한발 빨리 준비한 모바일 전략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빛을 발했다. 모바일게임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지난해 12월 넥슨의 시가총액은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국내 게임사 시총 100조 원 시대가 곧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모바일 전략으로 부활…시총 100조 시대 눈앞

과감한 경영전략 변화와 투자로 미래를 준비해 온 국내 게임 업계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새로운 주도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에 맞춰 모바일 게임 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전략도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약 9% 성장한 17조93억 원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2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장세가 정체됐던 게임사들이 반전에 성공한 것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변한 국내 게임 환경에 맞춰 모바일 전략을 적극 시행했기 때문이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추정치)는 9조39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4% 성장했다. 전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은 55.2%로, PC 게임(28.7%)의 2배에 가깝다. 2016년만 해도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PC 게임보다 낮았지만 몇 년 새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체질 전환에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국내 게임사들은 PC 게임에 익숙한 기존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모바일 세대까지 흡수해 여러 플랫폼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넥슨은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누적 매출 2조5323억 원을 달성했으며 엔씨소프트는 1조8548억 원, 넷마블은 1조8609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전년 실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악조건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그동안 꾸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등 여러 변수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역시 게임사들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1일 장중 기준 역대 최고가인 주당 100만6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상장된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증거금으로만 사상 최대 규모인 58조5500억 원을 끌어 모았다. 크래프톤과 스마일게이트RPG가 연내 기업공개(IPO)에 나서면 국내 게임사 시총이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 AI 등으로 영역 확장…미래 전략산업으로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을 통해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연어 처리기술(NLP)과 AI를 활용해 AI 증권사 설립에 나섰다. 넥슨은 신한은행과 손잡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 및 금융 인프라에 기반을 둔 결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넷마블은 AI센터를 설립하며 쌓은 노하우를 자회사 코웨이의 렌털 사업에 접목해 자동화된 주거 환경인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P를 활용한 신규 콘텐츠 개발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 산업의 위상도 높아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올해 1월 게임업계 종사자 최초로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게임업계 최초로 문화 및 예술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게임사들은 높아진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게 건강한 게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사회공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2024년까지 게임업계 일자리를 10만2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일자리 창출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국 게임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과 미래에 대비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019년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위(6.2%)로 1년 전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사드 사태 이후 4년 동안 한국 게임을 철저히 막아온 중국은 지난해 12월에야 게임 한 건에 대한 판호(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를 내줬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코로나19로 얻은 이익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AI와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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