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 ‘육해공 시대’ 활짝… 항공기로 날리고 배 위서 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1-25 03:00 수정 2021-0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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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버진 오빗이 개발한 ‘론처원’… 보잉 항공기를 모선으로 개조
발사장 없이 공항서 쏠 수 있어… 날씨 영향 적고 소형발사체 특화
中, 인공위성-탐사선 바다서 발사… 비용 저렴하고 낙하물 피해 적어


[1]17일(현지 시간) 버진 오빗이 보잉 747-400 기종을 개조한 모선에 로켓 ‘론처원’을 싣고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우주공항을 이륙했다. [2]10.7km 상공에 도달하자 모선의 왼쪽 날개 아래에 달려 있던 론처원이 분리됐다. [3]모선에서 분리된 론처원은 약 3분간 1단 엔진을 점화한 뒤 목표 궤도를 향해 비행했다. 이후 론처원에 실려 있던 소형 위성 10기를 무사히 목표 궤도에 올려놓으며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버진 오빗 제공
“‘론처원(LauncherOne)’은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고 즉각적인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그룹 계열사 버진 오빗은 17일(현지 시간) 자사가 개발한 로켓인 론처원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한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우주공항을 이륙한 항공기는 10.7km 상공에서 왼쪽 날개 밑에 달려 있던 론처원을 발사해 로켓에 실려 있던 소형위성 10기를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우주 소녀’에 로켓 싣고 공중에서 발사

공중 발사에 성공한 건 버진 오빗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노스롭 그루먼의 자회사이지만 민간 우주기업으로 출발한 미국의 오비털 사이언스는 1990년 처음 공중 발사를 시작해 2019년까지 총 44회 발사 중 39회를 성공시켰다.

오비털 사이언스는 록히드의 오래된 항공기종인 L-1011을 개조해 ‘스타게이저(Stargazer)’라는 이름을 붙인 모선(母船)으로 삼고, 여기에 길이 약 17m인 3단 로켓 페가수스를 달아 임무를 수행했다. 페가수스는 지구 저궤도에 중량 440kg의 탑재체를 실어 나를 수 있다.

버진 오빗의 론처원은 길이가 약 21m로 페가수스보다 조금 크고, 지상 230km의 저궤도에 최대 500kg의 탑재체를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버진 오빗은 론처원을 싣고 이륙할 수 있도록 보잉의 대형 항공기종인 747-400을 모선으로 택해 개조했다. 모선의 이름은 ‘우주 소녀(Cosmic Girl)’다.

공중 발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발사 방위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 0도를 북쪽, 동쪽을 90도, 남쪽을 180도로 두고 발사장의 위도에 따라 발사 방위각을 따진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는 위도가 27∼28도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로켓을 발사할 때는 51도로 맞춘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동쪽으로 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이 경우 비행경로에 일본이 있어 발사 방위각을 170도로 설정해 남쪽으로 쏘아 올렸다”며 “올해 10월 처음 발사되는 누리호는 80도로 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중 발사는 비행기만 이륙할 수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공항이든 발사장으로 삼아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상 발사에 필요한 복잡하고 거대한 발사장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며 “날씨의 영향도 덜 받는다”고 말했다.

버진 오빗은 론처원 서비스 가격을 1200만 달러(약 132억 원)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발사 서비스로 가장 앞선 스페이스X의 발사 비용은 새 로켓을 사용할 경우 6200만 달러(약 682억 원), 재사용 로켓의 경우 5000만 달러(약 550억 원) 수준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공중 발사는 항공기 크기에 따라 로켓 크기가 결정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소형 발사체에 특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中, 신형 로켓은 해상 발사로


바다 위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해상 발사도 시도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산둥(山東)성 하이양(海陽)시 인근 해상에서 창정(長征) 11호 로켓을 발사했다. 당시 창정 11호는 인공위성 5기와 실험용 무인 탐사선 2기를 싣고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창정 11호는 지난해 9월에도 해상에서 한 차례 더 발사됐다.

바다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해상 발사 방식은 발사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구는 적도 부근에서 자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적도에서 로켓을 쏘면 로켓이 우주로 올라갈 때 자전에 의한 회전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더 적은 연료로 더 큰 위성을 올릴 수 있다. 해상 발사는 선박을 끌고 적도에 가서 로켓을 쏠 수 있다. 지상 발사장 중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가 북위 5.9도로 적도에 가장 가깝다.

박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그간 내륙의 지상 발사장에서 로켓을 발사해 왔는데, 발사 과정에서 분리되는 낙하물이 들판 등에 떨어져 주민 피해가 컸다”며 “해상 발사는 낙하물이 바다로 떨어져 낙하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최근 중국의 신형 로켓은 대부분 해상에서 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상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1999년 첫 발사에 성공한 시론치가 가장 유명하다. 한국의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도 2006년 시론치를 통해 발사됐다. 시론치는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등 4개국이 합작해 설립한 뒤 2014년까지 36차례 해상 발사를 진행했지만 러시아가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후 최근에는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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