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불화수소 양산 성공… “日 수출규제 3대품목 공급 안정”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1-25 03:00 수정 2021-01-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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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 1년반 성과



종합정밀화학소재 기업인 천보는 최근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첨가제는 일본 기업 미쓰비시 등이 원천기술을 갖고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 첨가제의 국내 수입이 막히자 천보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현재 시제품을 개발해 성능 평가를 하고 있다. 정부도 기술 개발에 20억 원을 지원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겨냥해 3대 핵심 소재(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규제하자 정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 대책을 내놓고 총력전에 나섰다. 현재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소부장 기업현장 보고서’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핵심 품목의 공급 안정화가 이뤄지고 196억 원 규모의 사업화를 달성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국내 불화수소 제조업체인 솔브레인은 고순도 불산액(12N급) 생산시설을 2배로 확대해 생산을 시작했다. SK머티리얼즈는 고순도 불화수소가스(5N급)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불화폴리이미드 양산 설비를 구축했다.

소부장 수요-공급기업 간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을 받은 25개 품목 중 23개 품목이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434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대일본 100대 품목의 수입처도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품목별로 평균적인 재고 수준도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확충했다. 효성이 탄소섬유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23개 기업이 국내 생산시설을 새롭게 구축한 것이다. 또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실리콘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다각화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7000억 원 규모의 ‘소부장 전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달 내에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첨단 분야에 시설투자를 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등 5년간 1조5000억 원의 지원책도 마련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에도 일본 수입 의존도는 소폭 높아졌다. 지난해 소재·부품 수입(1678억 달러)에서 일본 제품(268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6.0%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장비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며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부장 지원 대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동시에 글로벌 분업 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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