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총수 부재’ 패닉빠진 삼성… “반도체 전쟁은 누가 이끄나”

김현수 기자 , 홍석호 기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1-19 03:00 수정 2021-01-19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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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전쟁-코로나 여파 등 3년전 구속때보다 경영환경 악화
대규모 투자 결단 구심점 사라지며 “보수적 경영땐 손실 커질것” 우려
‘뉴삼성’ 내부개혁도 차질 가능성
계열사 시총 하루만에 28조 증발… 삼성전자 3.41%-물산 6.84% 하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석방 후 3년 만에 다시 법정구속되면서 삼성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다. 총수 부재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반도체 패권 전쟁, 미중 갈등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그간 실형 여부에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부에선 양형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로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 ‘뉴 삼성’ 신념을 밝혔고, 실제 준법경영의 고삐를 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경영진은 따로 대책회의 소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반도체 전쟁 누가 치르나”

삼성은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이 이 부회장을 보좌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왔다. 삼성이 2018년 ‘3년간 180조 원 투자’, 2019년 ‘시스템반도체 10년간 133조 원 투자’를 발표한 것도 이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로 비상경영에 나설 예정이지만 사업 전반을 조율하고 투자 결단을 내리는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경영에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회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2017년과 현재의 경영환경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변화하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코로나19는 미래 산업 전환을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조 원 단위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업체 엔비디아는 47조 원을 들여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위 업체 ARM의 인수를 발표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올해 30조 원 설비투자 계획을 밝히며 2위 삼성 따돌리기에 나섰다. 인텔은 위기감 속에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경질하며 위기경영 중이다.

반면 삼성은 2016년 하만 인수 후 이렇다 할 M&A가 없다. 2017년은 반도체 호황기로 버텼지만 당시 신사업은 더뎠다는 것이 삼성의 내부 평가다. 2018년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시스템반도체와 신사업에 막 속도가 붙었는데 다시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총수가 없다고 삼성이 안 돌아가겠느냐’고 말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조 단위 투자나 M&A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또다시 총수 부재 속에서 시장 변화를 어떻게 쫓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뉴 삼성’ 비전 위축되나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유럽과 미국의 통신업계 선두 기업들의 몰락과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추격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 회사 가치를 높이면서 사회에도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초일류 기업,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며 ‘뉴 삼성’ 신념을 밝힌 바 있다.

사업 성장과 동시에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그들이 마음껏 경영하게 하도록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삼성의 내부 개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경 원 단위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ESG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향후 삼성그룹주 전체가 S와 G 부문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삼성 계열사 전체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 계열사 시가총액은 하루 새 약 28조 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1% 내린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물산은 6.84% 떨어졌다. 삼성SDI(―4.21%), 삼성생명(―4.96%), 삼성엔지니어링(―3.65%) 등도 3% 넘는 하락 폭을 보였다.

김현수 kimhs@donga.com·홍석호·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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