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성의 문제”… 부친 일화 밝히며 일자리 강조한 바이든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0-12-03 03:00 수정 2020-12-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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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자 10세때 실직한 부친 “직업은 월급 이상의 가치를 지녀”
경제팀 지명자 소개하는 자리서 “지금까지 부양책은 시작에 불과”


발 든 바이든 “내 발목 멀쩡해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발 대신 의료용 보호대를 착용한 오른발을 들어올려 보였다. 그는 최근 반려견과 놀다가 발목을 삐었고 정밀검사에서 뼈에 실금이 발견됐다. 윌밍턴=AP 뉴시스
“아버지는 저에게 ‘직업은 단순한 월급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사람의) 존엄성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지명자를 소개하는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새 경제팀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버지 얘기를 꺼낸 것. 바이든 당선인은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10세 때 선박 부품 제조 회사를 다니던 아버지가 실직한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지금 살고 있는 델라웨어주로 이사를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는 ‘일자리는 (사람의) 존엄성의 문제다. 네 아이의 눈을 보고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나는 정부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 어려운 상황을) 이해는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내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팀은 이 문제(국민들의 일자리 문제)를 이해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역시 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언급했다. 옐런 지명자는 “브루클린에서 의사로 개업을 했던 우리 아버지도 항상 나에게 일자리의 의미에 대해 얘기해주곤 했다”며 “일자리를 잃게 되면 돈과 가정, 건강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자신의 존엄과 자부심도 잃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 후 나는 일자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실직이 근로자와 가족, 공동체에 주는 충격을 항상 걱정했기 때문에 경제학자가 됐다”고 회고했다.

바이든 당선인을 비롯한 경제팀 지명자들은 이날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실직자가 대거 발생한 점을 감안해 우선 대규모 재정지원을 통해 저소득층과 서민 가정의 붕괴를 막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근로자의 권리 강화와 분배를 강조하면서 경제정책에 있어 진보적인 태도를 선명히 드러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은 팬데믹으로 분명히 드러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불평등에 대처해야 할 시기”라며 “고소득층은 부가 더 늘고, 중·저소득층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K자형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지금 의회가 모여서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부양책은) 기껏해야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예고했다. 옐런 지명자는 “지금은 ‘미국의 위기’이며 긴급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불평등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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