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코로나 빚… 금융지원 250兆 넘어

장윤정 기자

입력 2020-11-30 03:00 수정 2020-11-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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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등 침체 충격 장기화
빚 못갚고 부실화 우려 커져


사라진 손님, 사라진 연말 특수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은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이들이 인적 드문 거리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이 최근 25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발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이 25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유동성 투입 결정이 산업계 연쇄 도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장기화로 지원금이 ‘부실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채무자에게 투입한 금융 지원은 250조9000억 원이다. 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나간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이 198조3000억 원이고 나머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보증 지원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돕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책을 쏟아냈다.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유동자금을 빌려주는 긴급대출, 중소·중견기업 대상 우대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피해가 큰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개인채무자에 대해서도 내년 6월까지 대출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지면서 이런 지원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 빚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끝나면 잠재 부실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돈(대손충당금)은 1년 새 1조 원 넘게 늘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7일 한국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내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 만기연장-신규대출이 198조원… 상환 닥치면 부실사태 우려 ▼




충남에서 돌잔치, 생일파티 등에 쓰는 소품을 대여하는 사업을 벌이던 A 씨(3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빚으로 버티고 있다.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다 보니 매출이 완전히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개점휴업 상태가 되자 생활비부터 쪼들리기 시작했다. 상반기(1∼6월) 소상공인 1차 긴급대출 당시 정책자금 2000만 원을 빌린 데 이어 10월 신용보증기금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보증을 통해 5000만 원을 대출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그새 쌓인 빚이 7000만 원이다. 언제쯤 사업이 정상화돼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250조 원가량의 금융지원이 이뤄진 가운데 ‘코로나 빚’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대출 만기 연장 조치 등으로 위기를 이연시켜 놨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되고 대출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부실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내준 대출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우려가 있는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9월 말 기준 0.65%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0.86%)보다 0.21%포인트 낮다. 9월 말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원리금 기준) 또한 0.30%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수치가 각종 코로나 지원 조치에 의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지원책이 쏟아지면서 진작 연체됐을 법한 대출금이 아직 정상 여신으로 묶이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은 2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 형식으로만 198조3000억 원을 지원했다.

은행권은 내년 이후 빚을 못 갚는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19 금융지원 후폭풍이 몰아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특히 4월 이후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의 정확한 경영 상태를 알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낮은 것은 정책 효과 덕분”이라며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개인들의 이상 신호를 잡아낼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혹시 터질지 모를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9월 말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고정이하여신 대비)은 130.6%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9.4%포인트, 작년 9월 말보다 20.8%포인트 높다. 현재로선 이를 감안한 정부의 금융권 지원 대책은 없다.

금융당국은 일단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일시에 중단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식의 연착륙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조치가 끊기면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원금을 빌린 사람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서서히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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