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소통 늘고, 조용한 마을에 활기… 작은 아이디어가 삶을 바꾼다

박창규 기자 , 부산=조용휘 기자

입력 2020-11-26 03:00 수정 2020-11-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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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혁신, 공간복지]
<6> ‘2020 대한민국 공간복지 大賞’ 서울 강동구-부산 영도구 공동대상


서울 강동구가 조성한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1호점 내부. 카페처럼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민들 가까이 다양한 공공시설을 조성해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복지를 확대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활발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020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을 통해 공간복지 구현에 앞장서는 지자체를 선정했다. 대상은 서울 강동구와 부산 영도구가 차지했다. 본보는 ‘삶을 바꾸는 혁신, 공간복지’ 시리즈의 일환으로 수상 지자체 11곳의 사례를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 강동구… 주택가에 문 연 북카페, 동네 쉼터로 자리잡아


서울 강동구 길동사거리 인근 주상복합건물 2층에는 색다른 도서관이 있다. 흔히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엄숙한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다르다. 여느 카페처럼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편히 앉아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 주민들은 세미나실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열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같은 행사도 열린다. 이곳은 강동구가 9월 문을 연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多讀茶篤)’ 1호점이다.

19일 기자가 찾은 다독다독 1호점은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카페 분위기였다. 285.8m²(약 87평) 규모의 공간에 카페테리아, 벽면의 서가, 다양한 테이블 등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김민영 강동구 마을공동체팀장은 “이름처럼 책과 차를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장소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조세현 강동구 도서관팀장은 “도서관 주변에 빌라 등이 많지만 생활복지시설은 다소 적은 편이었다”며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생기니 주민들이 매우 반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1호점은 청년들이 많이 사는 원룸 중심 주상복합건물에 자리한 덕에 청년들의 방문도 잦은 편이다.

북카페 도서관 조성은 이정훈 강동구청장의 아이디어다. 강동구 인구는 45만7000여 명. 고덕강일지구 등의 입주가 진행되는 3년 뒤에는 55만 명까지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하려면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생활 SOC)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결과 올 9월 성내동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천호동에 2호점, 암사동에 3호점을 준비 중이며 2022년까지 10곳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강동구의 생활 SOC 사업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아이맘 강동육아시티’나 ‘아동청소년미래본부’, ‘청년마루’, ‘쌈지놀이터’ 등은 각각 영유아나 청소년, 청년, 어르신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춘 곳들이다. 공간 제약이 많다 보니 공간 공유를 통한 혁신적 활용도 강동구의 특징이다. ‘아동자치센터 꿈미소’의 경우 평소 경로당으로 쓰이는 공간을 비는 시간대에 아동·청소년의 휴식과 놀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주민편의시설 등 가볼 만한 공간을 안내하는 책자 ‘강동공간(강동에 산다 공간에 반하다)’도 발간했다. 이정훈 구청장은 “주민들의 하루가 제각각 다르게 흘러가는 만큼 그에 맞는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꾸준히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노후한 마을 빈집 사들여 청년에 무상 임대


청마가옥 팀이 빈집을 뜯어 고쳐 칵테일, 음료, 디저트 체험 공간으로 꾸민 부산 영도구 봉산마을의 단독주택 전경. 영도구 제공
‘빈집 줄게 살러 올래.’

부산 영도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빈집을 활용하고자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슬로건이다. 빈집을 뜯어고쳐 젊은층을 오게 하고 마을 분위기를 바꾸자는 뜻이 담겼다.

구는 2018년 관내에서 상대적으로 빈집이 많은 봉산마을(봉래2동)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 마을은 조선업이 호황일 때 근로자들이 북적였으나 불황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폐·공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욱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약 40%, 30년 이상 노후건축물이 약 90%에 이르는 데다 생활 인프라 시설도 없어 마을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단독주택 400여 채 가운데 87채가 빈집이었다”고 설명했다.

구는 빈집 대장을 만들고 50여 채를 매입한 뒤 지난해 12월 빈집재생 공모전을 열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거주 청년 희망자 모집에 나섰다. 공모전 참여 44개 팀 중 8개 팀이 최종 뽑혔다. 올해 1, 2월에 이들을 상대로 봉산마을 주민 되기 워크숍을 6회 개최했다. 3, 4월에는 페인트 도장, 타일 시공 등 기술 배우기 학교를 4회 열었다. 이후 4∼9월 빈집 8개소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구는 각 팀에 기초 공사비로 최소 4000만 원에서 최고 9000만 원을 지원했다. 각 팀은 지원비의 10∼30%를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부담했다.

봉산마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옛 동사무소 2층을 ‘봉사 메이커스’란 이름으로 꾸몄다. 이곳은 마을 집회나 주민에게 공구를 빌려 주는 마을지기사무소로 거듭났다.

청마가옥 팀은 빈집을 칵테일과 음료, 디저트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우리동네공작소 목금토 팀은 나무와 쇠, 흙 등을 이용해 만들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알로하그린 팀은 전문가 교육을 위한 건축(인테리어) 학교를 세웠다. 봉산흙쟁이 팀은 지상 2층 빈집을 토우, 도자기 공방 및 카페로 정비했다. 금융 및 경제 분야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봉산캠퍼스 팀은 마을사랑방과 은퇴, 심리, 진로를 위한 카운슬링 공간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주디 팀은 영화 속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돛앤닻·나무배의 꿈 팀은 목선 제작 및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구는 최근 운영을 시작한 각 팀과 입주식 대신 임대기간 5년을 조건으로 무상사용 협약을 체결한 뒤 홍보물을 제작하고 탐방안내판도 설치했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이 공간들은 앞으로 마을에 들어설 주민 텃밭과 온실, 공동작업장, 게스트하우스 등과 어울려 봉산마을을 재탄생시키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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