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힘 빠졌나… 개인투자자 이달 1조2700억 어치 팔았다

김자현 기자 , 강유현 기자

입력 2020-10-26 03:00 수정 2020-10-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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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주도주 사라져 코스피 횡보… 대주주 요건 강화 우려도 영향
올들어 月기준 첫 순매도 기록할듯… 대장주 삼성전자 가장 많이 매도
6만원대 회복에 차익실현 나선듯


3월 주가 폭락 이후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끈 개인투자자인 ‘동학 개미’들이 10월 들어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가 2,300대 안팎에서 횡보하는 데다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 강화에 따른 ‘매물 폭탄’ 우려 등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44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23일까지는 1조273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개인들은 올 들어 처음으로 월간 기준 순매도를 하게 된다.

개인들이 올해 201거래일 동안 순매도한 날이 64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5일부터 23일까지 14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매도 우위를 보였다. 9월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는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이달 들어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조623억 원에 이른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 자금 유입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6만 원대를 회복하자, 하락장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어 LG화학(2693억 원), SK하이닉스(2389억 원), 포스코(1847억 원) 등도 순매도했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1조1577억 원, 372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개인들이 쏟아낸 매물을 받아냈다.

최근 개인들이 팔자 흐름을 이어가는 데는 증시 성장성 둔화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 확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등 3월 이후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던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시장 주도주가 사라지자 코스피는 2,300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인 주식 보유액 기준이 올해 말 기준으로 종목당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아지며 대상자가 확대되는 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통상 연말에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에 개인 매도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보유액 기준이 낮아지면서 이를 부추기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 일각에서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10조∼15조 원대 ‘매물 폭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수익을 낸 부분에 대한 차익 실현 심리와 대주주 요건 강화 이슈 등에 따른 불안감 등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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