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제품 다양화로 꿈꾸는 수산업의 열린 미래

동아경제

입력 2020-10-23 09:12 수정 2020-10-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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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추천 스타트업] ㈜웰피쉬 정여울 대표



수산물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모든 식자재의 신선도는 품질이 관건이지만, 수산물만큼 까다로운 게 없다. 하지만 냉동기술의 발전은, 수산물의 전국적 유통과 보관을 다른 식품과 다름없게 했다. 그런데도 팔리지 않고 남은 상품, 소위 '재고'라는 말은 수산물에선 유독 인색하게 다루어졌다. 왠지 제품에 흠결이 있거나 신선함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수산물 재고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있었다. ㈜웰피쉬는 산지의 재고 수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수출 의존성이 높은 일부 수산업은 지난해 겨울부터 창궐한 코로나로 큰 피해를 보았다. 이 전 세계적 역병으로 인해 국내 생산 수산물의 수출이 13% 이상 감소했다. 수출을 기다리던 엄청난 톤(t)의 수산물이 창고에 쌓였고, 특종 어종의 수출 판매에 의존하던 수산업자들은 조업을 중단하고 도산 위기에 몰렸다. 예기치 않은 환경 변화에 수산업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수산업의 여러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수산업자의 생계를 보호하고 시장을 유지할 방법이 다각도로 모색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웰피쉬가 고안한 재고 수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사업이었다.

재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하고 있지만, ㈜웰피쉬의 사업은 단순히 재고를 '처리'한다는 개념을 넘어 재고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산업의 체질을 바꾸려 한다. 정부의 산업 보호 및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재고가 자꾸 쌓이는 건, 단지 주변 환경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고가 늘어나는 본질적인 이유는 수산물이 다양하게 제품화되거나 소비되지 못해서였다. 수산물은 농산물에 비해 제품의 다양성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수산물 제품이 보다 다양해진다면 재고도 줄어들고 어가도 새로운 수익원을 얻을 것이라 내다봤다.

㈜웰피쉬는 일부 수산물에 편중된 국내 시장 환경을 돌아보았다. 현재 시판되거나 인기 있는 수산물 제품들은 수천 개의 어종 중에서 불과 고등어, 삼치, 코다리, 연어 등 몇 개의 어종에만 치우쳐 있었다. 삼면인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이 다양하게 식품화되지 못하고 있었고, 그 일부 제품들마저 대부분 수입산 어종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오락가락하는 수요로 인해 재고로 전락한 수산물에 간편한 손질법과 색다른 조리법이 덧붙여진다면, 더 많은 수산물이 식제품으로 유통, 판매될 수 있을 터였다.

또한 그럼으로써, 어민과 수산업자들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첫 시범 사례로 바다장어 재고를 활용해 식품을 만들어 보았다. 건강식으로 포장된 바다장어 제품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웰피쉬는 다양한 수산물 제품화가 지역 어민의 생계 보호와 수산업 생태계 조성에 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냉동 재고 수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제조 레시피 및 제품 개발과 현지 생산자로부터 제조 및 유통에 이르는 L/T를 줄인 프로세스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다양한 어종과 건강을 생각한 제품의 생산과 최초 생산 어민까지 배려한 유통 서비스 구축이 이 사업의 골자였다.


수산물 식품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유통 플랫폼

이제껏 재고 수산물에 중점을 둔 제품 유통 서비스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수산물 제품화를 꾀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협력하고, 공유주방이나 클라우드 펀딩 같은 공유경제 방식이 덧붙여진다면, 수산물 재고를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사업화가 가능해 보였다. 여기에 합리적 가격, 간편한 조리법과 참신한 레시피 등을 보탠다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고, 나아가 어민과 수산업을 취급하는 식품자영업자의 동반 성장도 꿈꿀 수 있었다.

㈜웰피쉬의 정여울 CEO는 이 플랫폼이 연착륙했을 때의 기대효과를 이렇게 말한다.
“더욱 다양해진 수산식품은 어가의 수익을 개선해 줄 겁니다. 또한, 이러한 제품의 유통 플랫폼은 관련한 인력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고요. 그 일자리를 통해 유입된 인재들은 수산업에 젊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수산업에 지금까지 없었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웰피쉬는 통영 어민과 연계해 현지에서 손질한 식품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고, 공유주방에서 배달 판매도 진행하며 사업성을 검증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바다장어 같은 상품도 충분히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더 다양한 제품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에 HMR(가정간편식,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수산물 HMR 제품의 니즈도 현 사업 추진 방향과 밀접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웰피쉬의 재고 수산물 재고 제품화 및 유통 서비스 아이템은 KIMST 주관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 사업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올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시장에서 더 큰 폭의 활약이 예정돼 있다.

“(주)웰피쉬는 단순히 제조회사나 유통회사가 아닌, 수산물 제품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며 수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을 지향합니다.”

정여울 CEO의 말처럼 이 과감하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에 새로운 형태의 공유와 협업이 더해진다면,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변화와 혁신이 인색하던 수산업에 새 활로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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