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역발상… 지점 통합해 덩치 키우니 고객만족도 ‘쑥’

신나리 기자

입력 2020-10-20 03:00 수정 2020-10-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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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위한 종로중앙금융센터
7개월새 자산증가율 3∼14%P ↑
고객들 번호표 없이 자산관리 상담…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우려도 줄어
“고령 고객 금융소외 막는게 관건”


14일 오전 서울 신한은행 종로중앙금융센터에서 소상공인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 종로구 단성사 터에 위치한 신한은행 종로중앙금융센터. 입출금 창구 3곳을 포함해 예금창구 3곳, 개인대출 4곳에 소호상담 창구만 5곳인 이 매머드급 영업점에서는 웬만해선 대기표를 뽑아드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은행을 찾은 자영업자 길진영 씨(70·여)는 “예전보다 지점이 멀어지긴 했지만 훨씬 쾌적한 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깊이 있게 대출과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청계천시장, 광장시장, 귀금속상가 소상공인이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하는 종로중앙금융센터는 올해 3월 30일 출범한 신한은행 대형화 영업점 1호다. 길 건너에서 101년째 자리를 지키다 올해 초 문을 닫은 종로3가점과 종로4가에서 104년을 버텨온 종로중앙지점을 통합했다. 서정운 종로중앙금융센터장은 “지점 통합 이후 고객 이탈을 걱정했지만 ‘충성 고객’ 이탈이 거의 없었다”며 “인원이 많다 보니 직원들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대형화 이전인 올해 1월 대비 8월 자산증가율도 인근 네 점포와 비교해 3∼14%포인트 높았다.

최근 신한은행이 1990년대처럼 창구 수를 늘리고 철저한 분업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업점 대형화’ 전략을 실험 중이다. 종로중앙금융센터 같은 대형화 영업점을 올해 13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7곳이 영업 중이고 19일 5곳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시내 거점에 큼직하게 여신계와 수신계로 단순 분류해 운영했던 30년 전과 외형은 흡사하지만 내용과 목표가 다르다. 1998년 이후 지향해 온 ‘원스톱 뱅킹’(한 창구에서 모든 은행업무를 해결하는 방식)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 10명이 있는 구멍가게 같은 2개 지점을 운영하기보다 20명이 일하는 대형점에서 대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창구 직원들의 전문성도 향상시키자는 취지”라고 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10월 현재 한 직원이 실질적으로 다루는 상품은 수신 89개, 여신 149개, 카드 1187개, 투자상품 1333개, 신탁부문 55개로 총 2800개가 넘는다. 프리미어 창구에서는 방카쉬랑스 상품 55개까지 맡고 있다. “은행원이 나보다 더 모른다”는 고객 민원이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대형화 지점의 한 팀장급 직원은 “2명이서 하던 일을 6명이 분담하니 업무 전문성을 쌓을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전히 대면과 비대면 채널의 은행 수익률은 6 대 4 비율로 창구에서의 수익이 더 높지만, 은행은 향후 비대면 고객들의 수익이 압도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영업점 대형화 전략은 소수더라도 창구를 찾는 고객에게 선택의 확신을 심어주고 신뢰를 얻는 방안이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영업점 대형화가 성공하려면 고령 고객들의 금융소외를 막고 지점 폐쇄로 인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기존에도 영업점 수가 적은 지방에선 영업점 축소를 최소화하고, 핵심 거점 외의 지점을 고객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처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비대면 채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26일 서울 서소문지점을 종이와 현금이 없는 영업점인 ‘디지로그 브랜치’로 전환하고, 모바일 뱅킹 앱에서 고객 1만 명을 전담하는 디지털 창구 상담사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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