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지분 늘리는 롯데지주… 지배구조 개편 가속

황태호 기자

입력 2020-09-21 03:00 수정 2020-09-2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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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케미칼 주식 잇달아 사들이고 음료-푸드 지분도 대폭 높여
수익기반 확대 그룹지배력 강화…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
호텔롯데 상장 시기는 불투명… 재계 “신동빈 회장 상장 의지 확고”


신동빈 회장
다음 달이면 출범 3주년을 맞는 롯데지주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금융사 매각으로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고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츠 등을 상장하며 수익 기반을 넓혀왔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사와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단순화하기 위한 마지막 열쇠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일정은 안갯속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지주가 계열사 지분을 늘리며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달 들어 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 주식 20만 주를 410억 원에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18만 주, 올해 2월에도 9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세 차례 매수 결과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2018년 10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보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던 당시의 23.2%에서 24.6%로 늘어났다. 또 이달 우량 자회사 중 하나인 롯데칠성음료의 지분도 26.5%에서 34.6%로 대폭 높였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필리핀 펩시와 롯데주류 등 해외 음료사업 자회사의 지분을 919억 원에 롯데칠성음료에 넘기면서, 인수대금을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으로 받았다.

롯데지주는 올 3분기(7∼9월)부터 롯데푸드를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연간 매출도 8조8000억 원 수준에서 10조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롯데지주는 올해 6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을 555억 원에 전량 매입하면서 지분을 23.1%에서 36.4%로 끌어올렸다. 지분법 이익으로만 모회사에 실적이 반영되는 관계기업과 달리 종속기업은 자산, 부채, 매출 영업이익 등이 한 몸처럼 모회사에 반영된다. 종속기업 편입은 원칙상 과반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지만 그 이하라도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면 된다.

이 같은 롯데그룹 내의 활발한 지분 이동은 ‘롯데지주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실적이 주춤하고 있지만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2년 전 신 회장 석방 직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도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9.3%), 롯데물산(20%) 등 일본 롯데의 지분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지분을 끌어올리는 게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만드는 핵심 방안 중 하나”라며 “추가 매입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에선 2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롯데지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 롯데알미늄, 호텔롯데 등이 15% 안팎의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지분을 끌어올려야 지배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과제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호텔업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가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상장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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