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원 반도체 슈퍼딜… 美 엔비디아, 설계 1위 ARM 품는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9-15 03:00:00 수정 2020-09-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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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시장 美 주도권 커질 듯

글로벌 반도체 업계 ‘세기의 딜’이 성사됐다. 미국 시가총액 1위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글로벌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 1위 기업인 ARM의 새 주인이 됐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스마트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핵심 칩의 주도권을 쥔 기업이 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던 ARM이 미국으로 넘어가 미중 갈등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스마트폰 두뇌 95% 독점 ARM, 엔비디아 품으로

엔비디아는 13일(현지 시간)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400억 달러(약 47조3000억 원)로 세계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1990년 창업한 영국 기업 ARM은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5%에 설계 기술을 공급하는 회사다. 스마트폰의 각종 프로그램을 실제로 구동하게 하는 AP 칩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린다. ARM은 이 AP칩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각종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원천 기술을 삼성전자를 비롯해 퀄컴, 애플, 화웨이 등 국적과 업체를 막론하고 반도체 설계 및 생산 기업에 고루 공급해 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만들던 엔비디아는 ARM 인수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게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라인 콘퍼런스를 통해 “미래에는 AI를 움직이는 수많은 컴퓨터가 오늘날의 인터넷보다 수천 배는 거대한 IoT 체계를 창조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플랫폼 확대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린 ARM 기술의 광대한 적용 분야를 기반으로 향후 스마트폰, 자율주행차를 넘어 IoT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요 외신들도 엔비디아의 시대를 예고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날)대부분의 사람은 엔비디아나 ARM 기반의 제품 없이는 단 하루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엔비디아는 모바일 기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기술의 주도권을 쥔 반도체 기업이 됐다”고 평했다.


○ 엔비디아, 삼성 경쟁자 될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6년 ARM 인수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ARM은 여전히 독자 기업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엔 ARM의 고객사인 애플, 퀄컴의 경쟁사 격인 엔비디아가 새 주인이 됐다는 점, 엔비디아가 중국과 테크 전쟁을 치르는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워싱턴과 베이징 간 지정학적 갈등에 영국의 ARM이 제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RM의 공동 창업자 헤르만 하우저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직접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달 10일(현지 시간)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ARM이 미국 기업에 인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유출 문제 등을 들어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황 CEO는 “우린 ARM의 기존 오픈 라이선스 체제를 유지하며 향후에도 전 세계 어느 고객사를 대상으로도 납품할 것”이라며 “영국을 비롯한 곳곳에서 우린 오히려 기술자 고용을 늘릴 것이고, 연구개발(R&D) 투자도 더욱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기의 M&A이지만 완료되기까지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 등 넘어야 할 수순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거래 완료 시점은 약 18개월 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이번 M&A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애플 등 직접적인 경쟁사가 ARM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신형 GPU 제품 위탁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등 양사는 협력관계다. 하지만 ARM 인수를 계기로 엔비디아가 GPU를 넘어 테크 시장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은 그간 반도체 설계 원천 기술에만 주력하고 직접 설계나 생산에 뛰어들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인수한 상태에선 장기적으로 AP를 직접 설계, 생산하려고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 엔비디아가 삼성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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