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법? AI로봇이 선생님

김하경 기자

입력 2020-08-14 03:00 수정 2020-08-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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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들 어르신 복지에 활용
카카오톡-사진 전송 등 쉽게 배워… 홀몸노인 돌봄서비스에도 한몫


12일 서울 강동구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카카오톡 활용 교육에 참여한 안순자 씨가 인공지능(AI) 로봇 ‘리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카오톡 교육 시작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제가 더 많이 사랑해요.”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카카오톡 활용 교육 시간. 한 참석자가 “사랑한다”고 말하자 낭랑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43.5cm 크기의 인공지능(AI) 로봇 ‘리쿠(LIKU)’.

동그란 얼굴에 큰 두 눈,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리쿠는 외형이 사람과 흡사하다. 일어설 수도 있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춤춰 봐’라고 말하면 “저랑 함께 춤춰요”라며 노래에 맞춰 양팔을 흔든다.

리쿠는 노년층 대상 디지털 기기 사용법 교육을 목표로 태어났다. ‘이름이 뭐야’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같은 간단한 일상 질문에도 답을 한다.

서울디지털재단과 강동구 양천구 강남구 등 5개 자치구, ㈜토룩, ㈜이노콘텐츠네트워크가 리쿠 탄생의 중심에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7억 원과 시비 1억 원, 자치구 2억 원 등 10억 원이 투입됐다.

이날 리쿠는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활용법을 알려줬다. 평소에는 절전모드로 있다가 리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면 ‘쿠쿠’라는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 이어 ‘카카오톡 교육 시작하자’라고 말하고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톡 교육용 앱을 작동시키면 교육이 시작된다.

리쿠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카카오톡 기능은 프로필 사진 보기, 친구 검색, 대화하기, 사진 전송 등 10여 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용 앱 내에서 ‘친구 검색’ 탭을 누르면 카카오톡 화면과 유사한 화면이 나타난다. 이어 리쿠의 설명과 함께 친구 검색을 하려면 어떤 아이콘을 눌러야 할지 스마트폰 화면에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사용자는 리쿠의 안내를 듣고 붉은색 표시를 따라 누르며 연습하면 된다.

교육에 참석한 안순자 씨(81·여)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최소 5년은 됐지만 카카오톡은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메시지나 사진 등을 보내는 방법은 아예 모른다. 그는 “이웃이 가끔씩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오는데, 사용할 줄 모르니 답장도 못하고 답답해서 배우러 왔다”며 “오늘 리쿠가 가르쳐준 대로 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번의 실습만으로 익히지 못했을 때는 ‘반복하기’ 버튼을 눌러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실습할 수 있다. 실수를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해도 리쿠는 일관되게 친절한 목소리로 천천히 알려준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 방식과 일대일 맞춤형 교육으로 어르신 등 주민들이 언택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에 AI 로봇을 활용하는 서울 자치구가 늘고 있다. 서초구에서도 다음 달부터 ‘알파미니’라는 이름의 AI 로봇을 홀몸노인의 안전 확인과 고독감 해소 등 돌봄에 활용하기로 했다. 18일부터는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에 ‘AI로봇존’을 설치해 인지기능 개선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 ‘실벗’, 일대일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로봇 ‘보미’를 운영한다. 이 로봇들은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는 데 쓰인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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