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21분기만에 흑자… ‘부활의 항해’ 나선다

거제=정지영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8-13 03:00 수정 2020-08-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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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해운업, 침체의 늪 벗어나나
2016년이후 구조조정 노력 성과… 초대형선 투입으로 경쟁력 높여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기대감… 해수부, 해운업 지원 계획 발표
“2025년 매출규모 51조원으로”


마무리 작업 중인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1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막바지 작업 중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다음 달 HMM(옛 현대상선)에 인도 예정인 이 배는 축구장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로 한국과 유럽을 잇는 노선에 투입된다. HMM 제공
1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 굵은 장대비 속에서도 ‘HMM St Petersburg’(상트페테르부르크호)라고 써진 거대한 배 위에서는 운항 전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

길이 400m, 폭 61m, 높이 400m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컨테이너 2만4000개를 한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국내 유일 대형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주문한 배로 다음 달부터 부산∼중국∼유럽을 잇는 노선에 투입돼 세계를 누빌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이름은 2016년 이후 침체에 빠진 한국 해운업을 재건해 유럽 항로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설명했다.

HMM이 20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며 ‘코리아 해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HMM은 12일 실적공시를 통해 2분기(4∼6월)에 영업이익 1387억 원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뒤집은 반전 실적이다. 2016년 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며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출은 1조375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감소했지만 초대형선 투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비용절감 노력이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대형 경쟁사 머스크 등이 포함된 기존의 해운 동맹 ‘2M’에서 탈퇴해 4월부터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해운동맹을 변경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의 영향력이 큰 2M에서보다 적은 규모의 해운사가 가입된 디 얼라이언스에서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물동량이 다소 줄어든 가운데도 HMM은 만선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물동량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벌크 부문에서 겨울철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철광석 물동량이 늘어나는 등 점차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HMM은 초대형선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9월까지 2만4000TEU급 12척,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1만6000TEU급 8척을 추가로 받는다.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와 2위 스위스 MSC의 초대형선(1만 TEU급 이상) 비율이 각각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배 높은 수치다. HMM 관계자는 “작지만 강한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까지 선복량을 110만 TEU까지 늘리는 게 HMM의 목표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브리핑을 열고 해운 기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37조 원이던 해운 매출 규모를 2025년 51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지원 강화 △컨테이너선사 경영혁신 지원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선박 매입 후 재대선 사업에 운용리스 방식을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사와 조선사,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리스 전문 선주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한국해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계획기간 동안 오늘 발표한 해운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정지영 jjy2011@donga.com /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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