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알못’도 셰프처럼 한 끼 뚝딱… ‘밀키트’ 쑥쑥 큰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20-08-06 03:00 수정 2020-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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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나베서 곱창전골까지… 손질된 식재료에 양념-레시피
한중일식등 메뉴도 다양
올들어 매출 450% 뛰기도


올 6월 결혼한 김유라 씨(35) 부부는 자타공인 ‘요알못(요리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줄줄이 예정된 집들이가 두렵지 않다. 온라인으로 주문만 하면 깨끗하게 세척해 예쁜 모양으로 썬 적당량의 재료, 정확한 비율로 맞춘 양념에 손쉬운 레시피까지 동봉된 ‘밀키트’를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어서다. 김 씨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나 배달음식 대신 정성을 들여 직접 요리하고 싶지만 실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손질된 식재료가 한 팩에 들어 있어 누구나 쉽게 조리가 가능한 밀키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일 SSG닷컴은 올해 1∼7월 밀키트 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 늘어나며 가정간편식(HMR)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440%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SSG닷컴에서 판매되는 밀키트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소고기 밀푀유나베’로 7개월간 5만여 개가 팔렸다. 두 번째는 이 기간 4만5000여 개가 팔린 ‘블랙라벨 스테이크’이고, ‘감바스’와 ‘우삼겹 순두부찌개’ ‘소고기 샤브샤브’도 각각 3만여 개가 팔려 인기를 끌었다. 주로 외식으로 소비하던 메뉴들이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손질이 어려운 곱창전골 같은 메뉴나 토르티야와 치킨, 새우로 구성된 멕시코 요리 ‘파히타’, 큐브 형태로 자른 연어와 날치알, 아보카도 등을 소스에 버무려 밥과 먹는 하와이 요리 ‘포케’ 등 전문 식당에서나 볼 법한 요리도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최택원 SSG닷컴 영업본부장은 “한식과 중식, 양식 일식 등 240여 개의 밀키트 상품이 판매 중”이라며 “하반기(7∼12월)에는 상품 구성을 더욱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키트는 HMR 상품군에 포함되지만,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HMR 제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에게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과 함께 보다 신선한 맛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일일이 재료를 구매해 요리하는 것에 비하면 간을 못 맞추는 등 실패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 식재료가 딱 맞는 양만 들어 있어 재료 손질 시간을 줄일 수 있고 1, 2인 가구에도 경제적이다.

이 같은 편리함과 다양함 덕분에 국내 밀키트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7년 15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00억 원 이상으로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프레시지와 동원홈푸드,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이마트 GS리테일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도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향후 3∼4년 동안 기존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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