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본사 71% 몰린 수도권… 부산-대구-광주서 20년째 순유입
세종=남건우 기자 , 송충현 기자
입력 2020-06-30 03:00 수정 2020-06-30 03:33
수도권 인구, 非수도권 첫 추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시로 본사를 옮긴 2016년, 이 회사 퇴직자는 전년 대비 23명이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본사의 지방 이전이 퇴직 사유였다. 일부 직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수도권에 본사나 지점이 있는 다른 공공기관으로 회사를 옮겼고 가족이 함께 경주로 이주하기 어려운 이들은 육아를 이유로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 한수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서울에 남기 위해 이직과 퇴사를 감행하는 것을 보고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등 수도권 수요를 분산하려 했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교육, 주택 여건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았고, 일각에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방은 여전히 발전 기회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유입은 2010년대 공공기관 이전으로 완화됐다가 2017년 재개됐고 지난해 급격히 늘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가 최근 20년간 계속 수도권으로 유입됐고, 30대는 2018년부터 수도권에서 나가는 인구보다 들어가는 인구가 더 늘었다. 40대는 2008년 이후 수도권에서 나가는 인구가 더 많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원천은 영호남 거점 도시로 나타났다. 부산 대구 광주의 인구가 최근 20년간 꾸준히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것이다. 이들 도시는 상대적으로 생활 인프라가 주변 지역보다 낫다는 점에서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수도권 인구 집중의 근본 이유는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기업 2355개사 중 71.6%인 1686개사는 수도권에 본사가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민간기업도 따라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도권으로 전입한 사유 중 직업(2019년 6만4000명)이 가장 많고, 교육(2만1000명)이 뒤를 이었다. 10대와 20대가 일자리와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옮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의 이면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가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8년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는 676조 원으로 전체의 51.0%였지만 2018년에는 이 비중이 48.3%(876조 원)로 줄었다. 인구에 앞서 경제력에서 수도권이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다만 수도권 내에서 서울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이다. 20년간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9만6000명이 경기도로 이동했다. 서울의 비싼 집값 때문에 경기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의 경우 대학과 지방 대학 간 사회적 격차 외에도 사교육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크다. 집값 상승률도 지난해 전국 평균으로는 ―0.36%(한국감정원 기준)였지만 수도권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 집중화의 속도를 늦춘 측면은 있지만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수도권에서 순유출이 있었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집중화의 속도를 늦추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키려면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도시의 인프라를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국 대학(191개)의 37%(71개), 공공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기반시설(2825개)의 36%(1040개)가 수도권에 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송충현 기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시로 본사를 옮긴 2016년, 이 회사 퇴직자는 전년 대비 23명이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본사의 지방 이전이 퇴직 사유였다. 일부 직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수도권에 본사나 지점이 있는 다른 공공기관으로 회사를 옮겼고 가족이 함께 경주로 이주하기 어려운 이들은 육아를 이유로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 한수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서울에 남기 위해 이직과 퇴사를 감행하는 것을 보고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등 수도권 수요를 분산하려 했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교육, 주택 여건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았고, 일각에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방은 여전히 발전 기회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유입은 2010년대 공공기관 이전으로 완화됐다가 2017년 재개됐고 지난해 급격히 늘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가 최근 20년간 계속 수도권으로 유입됐고, 30대는 2018년부터 수도권에서 나가는 인구보다 들어가는 인구가 더 늘었다. 40대는 2008년 이후 수도권에서 나가는 인구가 더 많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원천은 영호남 거점 도시로 나타났다. 부산 대구 광주의 인구가 최근 20년간 꾸준히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것이다. 이들 도시는 상대적으로 생활 인프라가 주변 지역보다 낫다는 점에서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수도권 인구 집중의 근본 이유는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기업 2355개사 중 71.6%인 1686개사는 수도권에 본사가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민간기업도 따라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도권으로 전입한 사유 중 직업(2019년 6만4000명)이 가장 많고, 교육(2만1000명)이 뒤를 이었다. 10대와 20대가 일자리와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옮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의 이면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가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8년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는 676조 원으로 전체의 51.0%였지만 2018년에는 이 비중이 48.3%(876조 원)로 줄었다. 인구에 앞서 경제력에서 수도권이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다만 수도권 내에서 서울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이다. 20년간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9만6000명이 경기도로 이동했다. 서울의 비싼 집값 때문에 경기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의 경우 대학과 지방 대학 간 사회적 격차 외에도 사교육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크다. 집값 상승률도 지난해 전국 평균으로는 ―0.36%(한국감정원 기준)였지만 수도권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 집중화의 속도를 늦춘 측면은 있지만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수도권에서 순유출이 있었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며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집중화의 속도를 늦추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키려면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도시의 인프라를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국 대학(191개)의 37%(71개), 공공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기반시설(2825개)의 36%(1040개)가 수도권에 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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