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실용 행보… ‘LG의 미래’ 준비 가속

임현석 기자

입력 2020-06-29 03:00 수정 2020-06-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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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자결제 사업 정리하고 배터리-OLED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 사업 강력 드라이브… “본질에 집중하라” 형식 탈피
자연스러운 그룹 문화 변화 주도… “3년차엔 M&A 등 나설 가능성”


구광모 ㈜LG 대표는 취임 이래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8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는 구 대표. LG 제공
구광모 ㈜LG 대표가 그룹을 이끈 지 29일로 2주년을 맞았다. 구 대표의 지난 2년을 종합하는 핵심 키워드는 ‘실용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면서 실제 중요한 경영 판단의 순간마다 이를 임직원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월 서울 서초R&D 디자인경영센터, 5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계열사 사장을 동행하지 않고 실무진 보고만 받은 것을 두고서도 40대 젊은 총수다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장에서도, 회의에서도 내용과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배터리는 키우고 LCD는 정리하고
구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은 특히 사업 면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사업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잠재력이 약화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구 대표 취임 이래 뚜렷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고,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월 LG전자 등이 가지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LG그룹은 이 딜로 1조3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력 계열사들도 발 빠르게 사업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LG전자가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을 청산한 데 이어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PG) 사업을 매각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확보한 투자 자금은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고스란히 투자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셀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LG디스플레이는 향후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만 총 20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했고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가져왔다. LG그룹이 모두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분야다.

○ 실용주의 중심으로 기업문화도 변화 이끌어
구 대표는 2년 전 만 40세의 나이에 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회장이라는 호칭보다는 대표로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별도의 취임식도 하지 않았고, 지난해 그룹 시무식은 처음으로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본사 LG트윈타워가 아닌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연구기지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했다.

당시 시무식에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나선 것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는 시무식까지 온라인 메시지 형태로 대체했다.

여기에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던 ‘사업보고회’도 올해부터는 하반기에만 진행키로 했다. 당초 LG그룹 상반기 사업보고회는 중장기 전략을, 하반기 사업보고회는 연간 사업을 점검하는 자리다. 최근 급변하는 사업 및 시장 환경 속에서 3∼4년 이상의 장기 전략보다는 연간 계획 중심의 사고가 자리 잡혀야 한다는 인식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구 대표는 실용주의와 유연성을 가지고 개방형 혁신에 특히 관심이 많아 3년 차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 등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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