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레스토랑’의 음식 맛이 없다면[Monday DBR]

동아일보

입력 2020-06-01 03:00 수정 2020-06-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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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식업계에서 ‘언택트(비대면)’라는 말이 화두가 되면서 로봇과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고객과 직원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로봇 레스토랑은 반복적인 음식 제조 과정에 로봇을 투입해 단순 작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햄버거 레스토랑 ‘크리에이터(Creator)’는 350개의 센서와 20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로봇 공정을 도입해 시간당 130개의 버거를 만든다.

로봇을 단순 반복적인 노동에 투입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메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 노동에서 해방된 직원들이 더 나은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로봇 레스토랑은 또 고객들에게 첨단 기술을 시연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로봇을 도입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을 만큼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의 인기 명소가 된 ‘카페 X’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로봇 팔이 춤을 추고 커피가 완성되는 순간에 ‘짜잔’ 하는 동작을 취해 특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 X는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 매장 3곳의 문을 닫고 2곳만 남긴다고 발표했다. 문을 연 지 3년 만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카페의 춤추는 로봇 팔은 처음 오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충분히 멋있지만, 커피 맛은 평범한 수준이다. 커피를 만드는 시스템도 일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커피머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달리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로봇 레스토랑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샐러드 레스토랑 ‘스파이스(Spyce)’를 예로 들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생 4명이 창업한 스파이스는 샐러드 제조과정 전체를 자동화했다.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장착된 거대한 샐러드 머신이 필요한 식재료들을 찾아 순서대로 샐러드 볼에 담고 소스와 함께 섞는다.

스파이스가 다른 로봇 레스토랑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상품의 본질, 즉 샐러드의 맛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프랑스의 유명 셰프 다니엘 불뤼와 협력해서 만든 자체 레시피를 따르고 있다. 지금도 불뤼는 스파이스의 수석 셰프다. 스파이스는 앞으로 고객 개인의 식성과 선호를 고려해 만드는 신메뉴도 제공할 예정이다. 메뉴가 식상해져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스파이스는 단순히 로봇을 활용한 샐러드 제조과정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이 고객에게 더 효과적으로 느껴지도록 한다. 예컨대 샐러드가 만들어지는 3분 동안 매장의 전광판에는 ‘A 고객님을 위한 B 샐러드를 만드는 중입니다’ ‘A 고객님, 샐러드가 거의 다 완성됐습니다’ ‘그릇에 담길 준비가 됐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차례로 보여주며 고객의 궁금증과 지루함을 해소해준다.

한편 매장 홀에 배치된 직원 3명은 로봇과 언택트가 챙기지 못하는 고객 편의를 세심하게 돌본다. 이들은 완성된 샐러드에 고객 이름이 적힌 뚜껑을 덮어주고, 과카몰레나 살사 같은 추가 옵션을 얹어주고, 카드가 아닌 현금 계산을 돕는 등의 일을 한다.

카페 X와 스파이스를 비교해보면 레스토랑에 로봇만 놓는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의 본질이다. 레스토랑이면 음식의 맛, 카페라면 커피의 맛이다. 또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고객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소비자의 재방문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로봇 트렌드가 부상한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히면 더 중요한 본질인 고객 경험을 잊어버리기 쉽다. 로봇을 콘셉트로 새로운 매장을 열기로 했다면 세심한 곳에서부터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꾸준히 개발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96호 ‘로봇 레스토랑들은 왜 실패했을까’를 요약한 것입니다.

황지영 그린즈버러 노스캐롤라이나대(UNCG)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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