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인정액이냐 건보료냐…“위기의 본질 분명히 정하고 대응해야”

뉴시스

입력 2020-04-01 10:48 수정 2020-04-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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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만 고려하면 자산가에도 지원금 돌아가고
재산까지 고려하려면 소요 시간 길어지는 문제
"모든 시나리오 펼쳐 놓고 검토 중"…내주 발표
"코로나19로 소득 상실한 누구에게나 지급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가구 소득 하위 70%를 대원칙으로 뒀는데, 가구원 수별로 지급액에 차등을 둔다.

문제는 어떤 소득을 기준으로 하위 70%를 계산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득 수준 산정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늦어도 다음 주에는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소득 산정 방식과 관련, “하위 70%라면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놓인 가구의 소득) 기준으로는 150%이고, 월 소득 금액으로 보면 700만~710만원 정도”라고 언급했다.

‘소득 하위 70%’가 ‘중위소득 150% 이하’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약계층에 더해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이 기준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통상 중위소득의 50% 미만이면 빈곤층으로, 50~150% 사이이면 중산층으로, 150% 초과이면 상류층으로 구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존 지원에 포함되지 않았던 계층까지 이번 긴급 안전망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중위소득 50% 미만 계층에 대한 지원책은 이미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사업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위소득 150%를 초과하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9.1%로 계산돼 ‘하위 70%’라는 대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소득 산정 기준은 크게 2가지다. 실제 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값을 더해 계산되는 ‘소득인정액’이 하나의 방법이다. 기초연금 수혜 대상 역시 이 금액을 기준으로 가려낸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공적이전소득 등 모든 소득을 포함하며 금융 재산, 고급 자동차, 각종 회원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특히 금융 재산의 경우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전체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조회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필요한 시간이 상당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1건 처리하는 데 보통 두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료’를 이용한 방식이다. 중위소득별로 구분된 건보료 본인부담금을 기준으로 소득 수준을 구별한다. 가구원 수와 가구원별 보험료만 알면 단순 합산해서 소득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객관적이고 명시적인 자료 중 하나로, 완벽한 기준이라 할 수는 없지만 차선책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건보료는 근로소득 위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재산이 많아도 보험료가 낮으면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경제적인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는 면에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두 가지 시나리오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각 방법을 합리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를 지속해서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펼쳐 놓고 검토 중”이라면서 “어느 쪽이 유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한을 두고 지급된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사용되도록 유도해 꺼진 내수를 되살리겠다는 것이 정부가 이번 조치를 결정한 가장 큰 목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득인정액 기준을 택할 경우 실제 지급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구 차관은 “시간이 많고 넉넉하다면 재산이나 금융소득, 유류세, 자동차세 등을 넣을 수 있겠지만, 긴급성 요소도 있다.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이 코로나19 사태가 1~2년 장기화될 것이 아닌 단기적인 위기라는 점을 가정하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당장의 소득 상실을 보전하는 데 확실하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산을 고려하려면 소득을 상실했을 때 그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라면서 “일회적인 지원인 만큼 위기의 본질과 성격을 분명히 정하고 단기적인 소득 상실에 대응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소득을 상실한 누구에게나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는 코로나19로 소득을 상실한 국민이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자산이나 부동산이 있는 사람이 지원금을 받더라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 역시 “소득과 재산을 함께 고려한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의 도입 취지를 맞추기는 다소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원칙은 집행 가능하면서도 최대한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단기간 내에 소득이 급감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예외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라살림연구소는 건강보험납부액을 기준으로 선별하면 작년이나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근로 형태와 이에 따른 급여 차이를 명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전 국민에 차별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세금을 통해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세법상 기본 공제를 폐지 또는 정비하거나 근로소득공제를 정비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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