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후를 보자” R&D투자 강화하는 대기업들

임현석 기자 , 지민구 기자

입력 2020-04-01 03:00 수정 2020-04-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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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침체 국면서도 공격적 경영
삼성전자 R&D 20조원 첫 돌파… SK하이닉스, 10% 늘려 3조1885억
현대·기아차-LG전자-네이버는 AI 등 미래기술 확보에 역량 집중



국내 주요기업들이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부진 등 경제침체 국면에도 위기 이후를 대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동력을 꾸준한 R&D를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서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부족으로 시련을 겪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을 택했다. 31일 기업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20조2076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약 27조7700억 원)의 73%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전자 R&D 비용이 20조 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 속도와 최대 용량을 구현한 16GB(기가바이트) LPDDR5 모바일용 D램 양산 성공을 중요한 R&D 성과로 꼽았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반도체 R&D에 3조1885억 원을 투자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2018년(2조8949억 원)보다도 10.1% 늘렸다. 반도체 시장 침체를 일시적 불황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간 것이다.

현대·기아차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 확보에 공을 들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3조389억 원을 들였다. 주요 연구 프로젝트로는 운전자의 주행습관을 AI로 분석해 속도 가감속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폰으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기술과 친환경차 확대 추세에 발맞춰 배터리 모듈 소형화를 연구과제로 삼는 등 미래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투자를 늘렸다.

LG전자는 지난해 R&D 부문에 4조344억 원을 들였다. 식물재배기 등 신제품 개발에서 성과를 냈고, 건조기에 의류 무게를 감지하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 시도하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가속화했다. 정보기술(IT) 기업 중에선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AI 분석 기술 개발을 위해 1조7122억 원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먹거리로 통하는 소재 및 전지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LG화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R&D에만 1조 원 넘게 투자(1조1309억 원)하면서 전지사업 등에서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폈다.

한편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수와 수출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를 보는 경영 행보에 나선다.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위기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3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다녀온 뒤 나온 발표다. 최태원 SK 회장도 24일 비상경영 회의를 통해 미래 사업 준비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고, 구광모 LG 그룹 회장도 이번 주부터 주요 사업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코로나19 이후 전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 때 과감히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강한 오너 리더십은 업황 침체 때 오히려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임현석 lhs@donga.com·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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